하하...
글 쓰기에 앞서 웃음이 나오네요.
들어오자 마자 너무 황당해서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저는 방문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마포에 있는 모 아파트 단지내를 걷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정해진 일이라 열심히 갔습니다. 1년여 이 지역을 가르치면서 두어 번 마주친 적이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인데 항상 단지내를 뛰더라구요. 그냥 운동하는 사람이려니 하고 가는데, 아까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이 '야, 야'하면서 부르더군요.
저는 저를 부르는 줄 몰랐어요. 그러다 돌아보니 절 부르는 거였더라구요. 다짜고짜 '가져간 물을 내 놓으라'는 겁니다. 저는 황당해서 무슨 물이냐, 당신이 언제 날 보았다고 반말이냐 했더니 저에게 입에도 담기 어려운 욕설과 함께 폭행을 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피하려고 뛰어 갔더니, 따라 오면서 제 머리채를 잡는 것입니다. 인근에 인적이 드물던 차에 다행히 한 청년이 그사람을 막으면서 무슨 일이냐 하며 저를 도와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그사람에게 끼어들지 말라며 그 청년에게 욕과 폭력을 행하려는 겁니다.
동네 주민들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오긴 했지만 경찰에게도 대들고...암튼 함께 파출소에 갔는데...아무래도 저는 파출소하곤 악연인가 봅니다. 지난 번에도 파출소에서 별로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암튼 파출소에서도 좀 소란이 있었고...경찰 중 한 사람이 절 부르더니, 안쪽 회의실에서 말하길, 보니 정신분열증 환자인데 저 사람 입건돼 봤자, 몇마디 듣고 그냥 풀려난다, 저런 미친놈하고 싸워봤자 당신만 힘들어진다며 저보구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가라고 하는군요. 단지 내에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과 함께...
저는 넘 놀라고 황당해 처음엔 안 났던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내가 욕만 들었으면 여기까지 저 사람 데려오지도 않는다. 내가 봐도 미친 사람같은데, 실제로 물리적인 가해까지 당했고, 어떤 청년이 도와 주지 않았으면 폭행을 당했을 것이다. 단지내엔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많은데 말들어 보니, 한강변에서 여자까지 팬 경력이 있는 저런 위험한 정신분열증 환자를 그냥 두면 어떻게 하냐. 격리조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단지내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특별 관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했더니, '혼자 사는 사람인데, 가족이 신고해야 정신병원 입원이 가능하다, 가족도 못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하냐. 인력도 부족해서 거기만 집중관리할 수 없다'면서 답답하다는 듯 윽박지르더군요.
여기서 다시,저는 경찰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미친 놈이야 그렇다 쳐도, 글구 그 사람을 경찰들이 법적으로 구금을 못한다 해도 이렇게 놀란 시민에게 자세한 설명도 없이 진정할 시간도 없이 그저 얼른 결정하고 끝내자는 식으로... 제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자니 경찰관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사람이 '진술서 작성하라고 했다고 쓰고 앉았냐, 미친 놈을 어떻게 하냐'고 소리치더군요. 경찰서까지 가면 아마도 여러가지로 본인들에게 번거로운 일들이 많아서 그러는 거 같더군요.
결국엔 그 미친 사람은 귀가 조치되었고, 저는 얼마 후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갔습니다. 남은 수업도 못하구요.
오면서도 헛웃음만 나더군요.
그냥 재수없게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면 될까요?
좀전에 뉴스를 봤는데, 택시 안에서 어이없이 강도를 당해 죽임을 당한 어떤 20대 여자보다 운이 좀 좋았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될까요? 요즈음 이러한 우발적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범죄가 많다는데, 저는 다신 그 쪽 지역으로 수업 못 나갈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정신분열증 환자의 살기어린 얼굴이 생각납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던 그사람이...그렇게 깔끔하고 부촌이라고 알려진 그곳에 그런 정신분열증 환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다 위협적인 건 아니겠지만, 분명 그사람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화약고같은 환자였습니다.
살면서 남에게 못할 짓 한 것도 없는데...성격이 못돼서 이런 일이 저에게만 일어난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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