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남편도 나를 저런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살림을 못한다고(실은 경제관념이 너무 없다고) 올해부터 경제권을 남편에게 빼앗겼습니다.
이 사이트도 남편이 권해줘서 두달 전에 가입했는데 쓰고 난 뒤에 잊어먹지 않으려고 기록해 두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저는 가계부 쓰는 것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만 해요.
저는 어려서부터 숫자에 관한 개념이 거의 없는 편이었어요.
일테면 아직도 버스비가 얼마인지 잘 모르죠.
그러나 그건 내가 버스비따위를 우습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요금이 자주 바뀌는 데다가 원체 숫자 자체를 기억하지 못해서일 뿐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제가 돈을 우습게 안다고 여기지요.
그리고 저도 메이커에 집착하는 편인데 무얼 사도 기왕이면 제대로 된 물건으로 사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죠.
저도 댁의 부인처럼 저를 위해서는 별로 쓰지 않아요.
남편은 이런 저를 남의 눈을 너무 신경쓰고 사는 속물이라서 그렇다고 못마땅해하죠.
내 나이가 지금 42인데 이년 전부터 소위 말하는 "바람"이 들었지 뭡니까.
후후,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왜 인터넷에서 동창찾기바람이 불었었잖아요.
그런데 친구들 중 직장을 다니는 애들이 반 정도는 되더라구요.
전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거의 외출을 못했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아이도 자라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저녁을 차려 주고 모임에 나가곤 했어요.
저는 술은 한 잔도 못 마시는 체질이라서 그런 면에서는 안심이 되는지
남편도 처음에는 나가라고 적극 권유도 했어요.
그런데 모임이란 게 정말이지 6시쯤 만나서 저녁 먹고(다 모이는 데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립니다.)
이차로 옮겨가고(눈치보여서 꼭 그쯤 되면 자리 이동해야 합니다.그리고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시간가는 줄 모르죠.)
또 노래방에 가서 목도 풀면(얼마나 개운한지 모릅니다. 특히 여자들끼리 가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얼마나 신나게들 노는지요.)
두 세 번 나갔을까?
"너, 남자 생겼니?"
어느날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물어오더군요.
몇 번 남편과 그런 이로 심하게 다투고 난 뒤 저는 "바람"을 접어야 했어요.
제 친구들은 모두 저보고 답답하게 산다고들 해요.
요즘 세상에 남편에게 허락받고 나가는 여자가 어디 있느냐고.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남편에게서 남자 있느냐는 말을 들었을때의 모멸감은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우울증에 걸린 분의 글을 읽고 답글을 올리고 싶었을 만큼 저는 심하게 상처를 받았거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아내를 믿으시라는 것.
적어도 혼자서 상상력을 키워가는 어리석은 실수는 하시지 말았으면 하는 거예요.
여자들도 나름대로 풀고 싶은 스트레스가 많은 법이랍니다.
물론 남편과 함께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흐흐흑, 친구들과 밤마실나가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남편 흉보고 시댁흉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였답니다.
|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