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가계부 사이트 이용하다가 잠깐 다른 사이트에 "외도"를 한 다음 다시 돌아온 27살 미혼여성입니다.
27살이지만 학교를 일찍 들어와 지금 심신상태가 28과 동일하구요.. 지금까지 학교를 쭈욱~~~~~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겐 97년도에 만나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소위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좀 차이가 나죠.
세칭 명문대 박사과정 재학중인 저와 이제사 직장 다니면서 야간대학 다니는 남자친구...
그리 큰 부자는 아니지만 돈 걱정은 하지 않는 저희 집과 산동네 판자촌의 제 남자친구 집...
요즘은 재개발 때문에 집 값이 엄청 뛰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고..
암튼 이런 조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한 건 정말 말 그대로 사람 그 자체 때문입니다.
햇수로 7년이 넘어가도록 저한테 큰 소리 한번 치지 않은 사람이고, 저희 엄마한테 저보다 더 잘하며, 언제나 생각이 깊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물론 자기와 나 사이의 조건 때문에 주눅들거나 그랬으면 저도 그런 모습이 더 꼴보기 싫어 만나지 않았을테죠.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기로,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제가 요즘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짜증" 비슷한 것이 난다는 겁니다.
남들 대학 다닐 좋은 나이에 직장엘 들어가 지금 경력이 10년이 넘습니다. 고졸인 상태에서 직장엘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자기 옷 한벌 사는 것을 아까워 하는 사람이 10년 넘게 직장다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참... 몇십만원입니다. 아악~~~~~~~~~!!
올해 결혼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작년 11월에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여태까지 병원에 계시는데.. 지금 거기 들어간 병원비의 상당부분을 이 막내 아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벌써 600만원이네요.
물론 그동안 벌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집 빚 갚고, 병원비 댄 댓가로 지금 재개발 들어가는 그 판자집을 준다는 것이구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그 집도 팔 것이 분명하고, 그 집을 팔게 되면 8000만원가량 하는 그 집 값을 온전하게 제 남자친구가 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죠.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처럼 남자친구가 병원비를 부담하거나 총각이 집의 빚 갚느라고 허덕이며 살지도 않았을테니까요.
언제나 나만 생각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든든하고 미덥고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는데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제가 몸 담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합니다.
제가 어려움 없이 자라, 다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 정말 그런 상황이 "내 것"이 된다는 걸 잘 참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저 역시 여태 학생이라 모아놓은 돈도 없고, 유학 갔다오고 학위 받으려면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텐데.
제 남자친구는 참 성실한 사람입니다.
생각도 곧고, 효심도 깊어요.
직장생활하느라 힘들텐데도 공부할 시간 없을텐데도 학교에서도 장학금 받고요.
이런 우리 애인, 그냥 내버려 두면 혼자 자수성가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꾸 옆에서 상황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너무 속상합니다. 속상한 끝에 오늘 남자친구에게 심한 말을 했습니다. 너처럼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나이가 서른이 넘고 직장생활 몇년인데 통장에 돈 한푼 없을 수 있냐고, 상황이 한심하다고....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그 사람이 받았을 상처에 속이 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후련하네요...
선배님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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