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또 계셨군요.
저는 결혼 3년차인데 님이랑 비슷한 30대 초반이고 아이도 아직 없네요.
핑계는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인데 그것보다도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죠.
우리는 결혼할때, 시부모님도 아니고 큰 아주버님이 지금 집(3000만원 전세 원룸) 구하는데 1000만원 보태주시고 나머지 중 1700만원은 은행대출, 300만원은 울 할머님이 주셨네요. 그나마 시집에서 해준 그 1000만원도 언젠가는 갚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형님댁도 아이가 둘이고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니...작은 형님도 맏이가 뭐 죄났냐고 그돈 갚아야 한다 하시고...그렇게 치면 시집에서 해준 물질적인 건 없다고 봐야죠.
결혼하기 두달전부터 집을 구하는데 서울물가에 왠만한 집은 모두 오륙천 넘어가고 가격에 맞추자니 눈에 안들어오고...
결혼하기전엔 마음껏 즐기고 살았었는데 결혼후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있어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였겠죠. 그렇게 해서 1년만에 1700만원 대출금 갚고, 청약통장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처녀적때부터 부었던 비과세 적금 통장도 용케 중간에 해지 안하고 갖고 있네요.
얼마 후에는 친정 아랫층이고 친정 부모님이 많이 배려해 주셨지만, 그래도 지금 전세돈에 천만원 더 보태서 전세 보증금 드리고 방 두칸짜리로 이사갑니다.
제 이야기를 해 드리는 건 자랑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님보다 더 못한 상황에서 시작한 사람도 있으니 위안 받으시고 이미 지나간 일에 속상해 하시기 보단 앞으로 어떻게 하실건가를 생각해 보심이 나을 것 같다는 거죠.
요즘 세상, 솔직히 맞벌이 아니면 수입이 큰 전문직이나 원래 집안에 돈많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한 사람 돈으로 살기도, 돈 모으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랑이 월급 가져오지 않은지 서너달...신랑이 회사 나와 회사 선배들이랑 자그마한 사업 시작했는데, 그게 잘 안된 모양인지... 어제 한달치 월급이 들어 왔는데 다른 건 어떻게 제 월급으로 된다 해도 이사비용이 모자르는 겁니다. 휴~~~
열심히 산 거 같은데... 결국 남편한테 속상한 말 했네요.
"얼마 안되도 달달이 따박 따박 월급 나오는 회사에 다녔으면..." 울신랑도 사람, 엄청 성실하고 나름대로 똑똑한 사람인데, 세상은 사람 맘과는 달리 가네요.
그래도 우리, 희망 버리지 말고 열심히 삽시다.
그러면 언젠가 쨍~하고 해 뜰 날 돌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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