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사방이 언덕배기인 집에 살았습니다.
그곳엔 호박나물 덩쿨이루고
작은호박열매하나 따다 소꼽놀이하고
엄마처럼 밥도 지어보고
어쩔땐
새빨간고추잠자리 한마리 잡아서
실에 메여 내달려보기도 하고
겨울이면 위험하다해도
불장난에 추운줄도 모르고
이것저것모아 작은 불장난에 시간가는줄도 몰랐고
하지만 가끔은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이렇게 외치기도 했습니다.
바람아 불어라. 그래서 날 날려보내버려라하고.
그런날은 어김없이
울아빠 술잡숩고 주정주정.
그런날은 어김없이
빗쟁이 아줌마 돈달라고 아우성아우성
내귀를 잡아 손가락 집어넣고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그렇게 그소리 안들으려 했던
내 어린날의 아픈추억들
그시절의 아픈추억과 이쁜 추억이
지금의 나를 있게해서
어두운 그림자같은 내얼굴
내자식같은 해맑은 얼굴
두 얼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어린시절 언덕배기
그립기도하고 두렵기도 했던
그 집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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