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성질나요.
아들 녀석 등교시키고 돌아서자마자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받아보니 별로 반갑지 않은 막내 시누네요.
그래도 반가운척.. 음~ 별일 없구?
시엄니 바꿔달래는데.. 버얼써 노인정으로 출타하시구 안계셨어여.. 오늘 당장부터 가게 나가봐야 한다고 시엄니 빨랑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그러네요..
한 보름 전쯤인가? 가게 계약했다고 다시 애들 보러 오시라는 전화에 시엄니 고래고래 소리까지 질러가시며 다시는 안가겠노라고 하셨는데...어찌된 건지.
그래서 시누한테 물어봤죠... 엄마가 애들 보기 힘들어서 안가신다고 그랬잖어?
근데.. 며칠전에 다시 전화해서 엄마가 애들 봐준다고 했다네요.
노인정으로 전화 넣어서 얼렁 오시라 그랬어여.. 옷가지들 주섬 주섬 싸서는 한시간도 넘게 꾸물럭하시더니 지금 막 가셨습니다..... 수중에 분명 돈 있는거 뻔히 아는데.. 택시없다고 또 돈타령.. ㅎㅎ(에구.. 이거 병이예요.. 돈타령 병 )
다시 안오실 양반처럼.. 현관에서 배웅하는 울신랑 보구 술좀 자그마니 먹어라~ 잔소리 하고 가시네요.
현관문 닫히자 마자...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어여..
아흐.. 성질나.
첫 입에 터져나오는 말이..
"누굴 호구로 아나..뭐 하자는 거야!"
신랑이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보더라구요.
왜?
아니.. 저기네가 필요할때만 쪼르르 불러서 세명이나 되는 애들 봐주고 살림 다 해주고.. 그러다가 가게 팔리면 쪼르르 다시 노인네 우리집으로 보내고.. 이게 머야.
솔직히 우리 집에서는 코딱지 만한 시엄니 방도 당신 손으로 걸레질 한번 안하구.. 시장갈때 수와니좀 봐 달래는 거도 난 눈치 엄청 보구 댕겨 오구..그러는 구만
나중에 시엄니 골병 들어서 아프면.. 딸들이 다 알아서들 할거래? 적응 될라~ 그러면.. 또 저리 쪼르르 데리고 가구..
필요없으면.. 노인네 집에 가시라 그러구..
난.. 도대체 머냐구.. 내가 맨날 허허 웃고만 있으니깐.. 마냥 좋아서 그런줄 아나바..
편한 맛을 보이질 말던가..한동안 저리 나갔다 오시면.. 내가 얼마나 적응 하는데 힘든줄 아는지..
아침부터 소리 지렀더니.. 가슴이 벌렁 벌렁하네요..
에구.. 눈물 나올라 그러네.
신랑은.. 그래도 자기 동생 역성드느라 바쁘구..칫.
딸이니깐.. 안쓰러워서 노인네가 도와주러 간거지.. 네가 좀 참아라..
하~!! 시누 시엄니는 더 젊으시구만.. 제 시엄니 모셔다 놓고 가게 나갈라면 자기 고생이니깐 일부러 안 부르는거 삼척 동자도 다 아네요..
아침부터 큰소리 나는거 싫어한다고.. 이따 저녁에 얘기하자는데.. 난 저녁에 얘기하는거 싫어여.. ^^
우띠.. 새로 장롱도 사서 넣어드렸구만.. 단 하룻만에 가버리시네요.
그래.. 딱 한번만 더 봐준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애들 봐달라고 모셔갈라믄.. 평생 모셔라..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받치네요.
우울한 화요일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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