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집 제사가 있는날입니다.
어제 저녁 시엄니가 들어오시자 마자 낼이 음력 1월 8일 맞냐고 확인을 받으시고는.. 내가 가보마~ 하시길래.. 그럼 뭐좀 사가야 하겠네요--그랬더니.. 뭐 부족한 집도 아니구. 그냥 돈으로 다우.. 하시네요.
봉투에 5만원 넣어서 며느리 주지마시고 큰어머님께 전해 드리시라고 드렸습니다.
그윽하게 저녁 밥 잘 먹고 커피도 한잔 때리고..
팔 베개 하고 누워서 뉴스 잘 보던 신랑이 갑자기 무신 생각이 났나--벌떡 일어나더니 경대 서랍을 여는거에여.
경대 서랍이 세개가 조로록 있는데.. 맨 왼쪽엔 서류나.. 이런 저런 잡동사니.. 가운데는 신랑 속옷 오른쪽엔 빗이랑 머리핀이랑.. 머 그런거..
뭘 찾으려고 서랍에 손댔다가.. 머가 이렇게 많냐... 그러더니 서랍을 확 빼서는 엎어버리는거예여.
아들 보고 빈 봉지 하나 가져오라고 하더니..
필요없는 서류들...
그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종이 뭉치들..
이젠 그 어두움의 그림자들 훌훌 털어버려서 넘 가볍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무에 연 걸리듯 주렁주렁 달렸던 삶의 증거물.... 다시 한번 그 때가 떠올려 지더군요.
작년에 하던 일이 꼬여서 고소도 당하구. 그래서 뻘건 도장 찍힌 법원에서 날라온 소장... 윽....무서~~~
세금 안내서 독촉장 날라온거...것도 무서~~~
신랑이 스트레스라도 해소하듯 그 종이뭉치들을 이를 북북 갈아대며 찢었어요.
슈퍼 봉지.. (그것도 젤로 큰거로) 거기에 찢은 종이들이 수북하네요.
다 덜어내고 나니.. 서랍이 텅텅 빈거 있져.
서랍 맨 밑에 깔려있는-로케트 밧데리에서 줫네요 ㅎㅎ 다이어리....앗! 신랑이 펼쳐서 읽어보군 실실 웃는다.... 뭘까?
으악.. 내 일기장!!
당황 스러워서 얼런 낙아챘지요.
저도 읽어봤어요.. 1993년 1월...
어머~~ 10년전의 일기예요.. 제가 제 손으로 썼다지만.. 전혀 기억이 안나는 일들 뿐이네요. 몇장 읽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르기도 하구..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었는지.. 모조리 되살아 나는거에요.
어제 저녁엔.. 그 일기를 읽고 나서.. 다시 10년전의 나로 돌아간 듯한 느낌으로 하루를 마감했답니다.
날씨도 추적추적 비까지 오니... 오늘도 추억에 한번 푹~~ 잠겨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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