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살아가는 모습이 참 닮았네요.
님의 답답하고, 속상한마음 누구보다도 저도 이해갑니다.
중요한것은 님만 그렇게 속상해 하며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전업주부로(내 경제생활보다는 아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남편 수입만으로 알뜰하게 가계를 꾸려가다보니 조그마한 적금 붓는 것도 벅차서 내 비상금 챙길 여가가 없습니다. 그리고 구지 남편을 속여가며(?) 비상금을 챙길 생각도 없고요.
저도 1년 전까지만 해도 남편의 씀씀이 때문에 속도 많이 썪었었고, 싸우기도 했었습니다만(참고로 저는 결혼한지 10여년 되었습니다.) 남편은 자기의 수입과는 먼 지출을 일삼아서 나를 놀라게도하고 속태우고....
그러면서 자신은 항상 이유있는 소비였다고 큰소리 치곤했죠.
정말 절약절약 하면서 잘 살아보려고 조그마한 적금이라도 붓고 있다가도,허망하게 깨진 것도 여러번 있었죠.
그때마다 희망이 안보이고, 남편의 씀씀이를 생각하면 내 삶이 바보같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남편 똑같이 갚아주고도 싶고....
하지만 그마음도 한 두달이고, 다시 본래의 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버리더라구요. 남편과 똑같이 했다가는 집안이 풍지박산나지 않겠읍니까? 나래도 정신 차려야지. 애도 있는데..
그런데 남편이 40고개 접어 들면서 철이 드는 것인지, 미래에대한 걱정때문인지, 친구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자신의 재산이 별것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여하여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변했어요. 한달에 카드값이 매번 40~50만을 기록하던것이(우리신랑은 용돈을 따로 받지않고 카드로 사용함) 20정도로 줄더니 이제는 10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기적같습디다.
씀씀이가지고 싸운것이 어언 몇년이었는데..
40고개로 접어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은지(참고로 제 남편은 장이 않좋음) 술을 많이 자제하기도 하지만, 우리집 살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어떻게든 아껴서 적금 부으려는 저를 도와주더라구요.
작년에 무리해서 적금계획을 세웠지만, 실패를 했었는데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것같아요.
저는 남편의 용돈씀씀이를 깨우쳐주려고 카드대금사용내역서를 꼬박꼬박 모아두었었는데, 그것을 적금이 깨진 이유로 밀어부쳤거든요.
그전에는(카드 없을때) 현금으로 쓰니까,자신의 씀씀이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시댁에 드릴 돈은 제가 챙깁니다. 어머니 생활비도.. 그리고 친정은 생활비에서 조금씩 떼어 꼭 현금이 안니라도 필요한 물품을 남모르게 사드리곤 합니다.(택배이용) 물론, 친정 부모님 생신때도 내가 챙겨 드리고 남편에게 보고만 합니다.
그리고 남편지갑속에 웬만하면 현금을 많이 챙겨주지 않습니다. 남편이 현금으로 지출하면 근거가 남지않아서 되려 살림못한다고 나만 나무랍니다. 속터지게스리..
그래서 요즘은 뒤늦게나마 정신차린 남편덕에 돈 모으는 맛 납니다. 남편의 도움이 가정 경제에 무척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님도 지금은 무척 화가 많이나고 속상하겠죠.
님 속도 몰라주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그렇지만 그것이 아니더라구요. 남편들도 알고 있어요. 모르는 척 하는 것 뿐이예요. 미안해서.... 단지 자신의 습관과 겉치레의 형식이나 자존심때문에 씀씀이 조절능력을 잃어버리는 것같아요. 그래서 마누라에게 받는 비난 좀 면해보려고 미리 방패막이로 부인을 공격하는지도 몰라요.
마누라속이 더 썪는 지도 모르고..(저도 님과 같이 비참한적이 많이 있었음)
님의 남편에게 가계에 매달 들어가야만 하는 종목을 크게 나누어서 알려주고 금액도 알려주세요. 그리고 돈을 모아야 하는 목적도....
님의 남편이 써야할 용돈의 한계를 자주 얘기해서 세뇌를 시키세요. 그래야만 우리가 잘 살수있다고.
그러면 님의 남편도 당장은 아니지만 알뜰한 님을 보면서 서서히 바뀌어 가리라 믿습니다. 진실한 소망은 통하니까요.
님, 힘들고 속상하지만 열심히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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