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도 없는데.. 죄다 시집식구들 일색인 속에서 그다지 버겁지 않게 손님 맞이 하는 나를 발견하니.. 나도 이제 제법 이집에서 틀이 박혓나보다~하고 대견스러웠답니다.
그동안 거의 안보고 살다시피한 둘째 시누도 왔어요. 한참 물이 올라 있는데.. 울 신랑 술에 아주 떡이 되갖고 왔어요. 여기가 자기집인지도 모르도록 퍼마셨네요. 에구..
들어가 자라고 해도 말도 안듣구, 이렇게 자기 형제들이 완벽하게 다 모인게 첨인지라.. 속으로 좋았나봐요. 돌아가면서 자기 누이들 끌어안고.. 쓰다듬고..에구 내가 미쳐.
누가 보면 불륜행각이라고 할거에요.속에서 괜히 부아가 나대여.
신랑 띠어놓고 막내시누가 애들만 데리고 혼자 와 있는게 안쓰러웠는지.. 우리막내~우리막내~~(칫. 얼어죽을.. 막내는 무신 막내, 나이가 서른이 훨씬 넘었구만)그러면서 연신 쓰다듬고, 등 다독 거리고. 안고..
내가 얼른 재워야 한다고 코치했더니 제딴엔 오빠 재우겠다고 .. 같이 안방에 가서 드러눕네여. 속에서 부글부글 뭔가가 마구 치밀어 오르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자는 줄 알고 살짝 문 닫고 나오면.. 또 기어 나와서 참견하고.. 다시 들어가 재우고.. ㅋㅋ 하긴.. 그케 모이기도 힘든데 잠으로 떼우기 아깝기도 했을거에요. 마누라는 있으나 마나.. 온갖 시중 시누들이 다 들고, 오히려 저리 좀 비켜보라는 듯 제 다리 한짝을 밀기까지 하는거 있죠..
괜히. 기분 더럽더라구요. 술김에 속마음 다 나오니.. 자기 형제밖에 모르는구나~싶은 맘 드는건 당연한거겠져?
신랑도 자구.. 늦게까지 떠들고 술 마실라고 더 늦기전에 큰시누네로 옮기자고 해서 9시쯤 모두 돌아가버렸답니다.
안방에서 혼자 활개치고 자라고 해놓고.. 애들과 저는 시엄니 방에서 잤어여. 낼 아침에 깨기만 해바라 내가 아는 척을 하나..
9시가 넘으니 냉장고 문 열어서 물 벌컥벌컥 마셔대는 소리가 나대요.... 그렇게 술을 많이 먹고도 살아서 나오는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오~~ 마누라! 여기서 잤어? 그러는데..꼴도 보기 싫은거에요. 이불 들쑤고 다시 누웠네요.. -왜? 내가 실수했어? 말해바.. 응? 그때 부터 저의 쌩쑈가 시작됐답니다. ㅋㅋ
어쩜, 사람이 그럴수가 있느냐.. 자기 형제들 모아니 나같은건 안중에도 없더라.. 저리 비키라느니.. 마누라는 껍대기라느니.. 엉엉엉..
나는 하느라고 하는데 ...흑흑흑.. -아..... 술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다신 안그럴께.. 어? 한번만 봐주라.. 어?
만지지도 마.. 껍데기 머하러 만져.. 흑흑흑.
전 텔런트 기질이 다분한가 봐여.. 어디서 그케 눈물이 잘도 흘러내리는지... ㅎㅎ
울 신랑 두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다신 안그런다 도장까지 찍었네요.( 뭘, 다신 안할건지. 원 ㅋㅋ)
에혀. 신랑 길들이기 전법 확실히 성공 ㅎㅎㅎ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예전처럼 장난치고.. 늘어져 있는 살림들 정리했답니다.
장만한 음식들 시누들 다 싸주고 나니 정작 우리집이 먹을게 하나도 없네요. 님들 휴일 마지막 잘 마무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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