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36 저는 26
고등학교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만났죠.
신랑은 말도 없고 약간은 소심한 편이에요.
저는 나돌기 좋아하고 약간은 천방지축이죠.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저는 할머니손에 자랐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형편도 어려우셨고 지금도 굽은허리로 농사일을 하고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셔서 술을 많이 드셨고 그럴때마다 새벽4시 5시까지 술주정을 하셨죠.
레파토리는 그동안 고생하신얘기 그러나 자식들은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키운공도 모른다..게다가 지들좋아 결혼해서 애낳고 왜 나한테 짐을 지우냐..등등이었죠.
할머니도 술을 드시면 할아버지하고 싸우시면서 같은얘기를 했죠.
저는 이혼한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하고 제 잘못도 아닌데 저한테 아빠한테 가라느니 엄마한테 가라느니 화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원망스러웠죠.
거기에 7살차이나는 삼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결혼하고 애낳고 사람처럼 살고있지만 제가 어릴때는 저를 장난감 가지고 놀듯 가지고 놀았답니다. 때리기도 많이 때렸구요..
제 밑에 3살터울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하고 삼촌앞에서 군대식으로 벌서고 맞으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저는 어떻게하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이제야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그렇지만 고생하면서 저를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외면할 수가 없었죠. 따지고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들잘못둔 죄로 며느리가 해주는 따슨밥 먹을 나이에 아직도 고생하고 계시고 저랑 제 동생키우느냐고 그동안 고생하셔서 몇년새 부쩍 늙으신거 같았거든요.
월급을 받아서 할머니 할아버지 반씩 드리고 나머지루 저 용돈하고 적금넣고 그랬지요.
제 동생은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게 싫다고 산업체 고등학교에 갔다가 몸이 약해서 쓰러지기도 했죠.
저는 돈모아서 할머니 할아버지 새집지어드려서 그동안 저때문에 고생한거 다 갚아드리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신랑을 만났죠.
어린나이에 과묵하고 자상한 모습이 꼭 아버지 같아서 주변사람들의 충고도 무시하고 10살이나 많은 사람하고 이름하여 연애를 시작한거죠.
저는 그때 혼자서 단칸방 월세를 얻어서 서울로 나와있었는데 쪽방식이었죠..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화장실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그런곳요.
어느날 밤에 자려고 불을 끄고 누어있는데 작은 창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누군가 촛불같은걸 켜고 제방을 들여다 보고있었어요.
너무나 무서워서 어쩔줄 몰랐죠. 제 방엔 전화도 없었고..무작정 밖으로 뛰어 나왔죠. 공중전화가 보였어요..
무작정 신랑(그땐 결혼하기전이지만..그땐 계장님이라고 불렀죠)한테전화를 했죠..너무나 무섭다고..
꼼짝말고 기다리란 말에 공중전화박스에서 쪼그리고 있으니까 얼마있다가 신랑이 택시를 타고왔더군요.
그리고 그자리서 엉엉 울다가 겨우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날 이후로는 무서워서 혼자 못자겠더라고요.
며칠있다가 신랑이 하는말이 자기 결혼하면 살려고 집을 얻어둔게 있는데 거기서 지내는 것이 어떻겠냐고요.
혼자 지내는게 무섭기도 하고 좁은 집도 싫고 며칠 생각하고 그러겠다고 했죠.
처음엔 저 혼자 사는것인지 아랐는데 신랑엄마가 둘이 같이 살아야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결혼에 확신도 없었던 때였는데 이미 방도 내놓은 상태였고 어쩔수없이 동거가 시작됬어요.
첨엔 각방을 쓰다가 결국 한방을 쓰게되었죠.
그러다가 결혼식을 올리고 아기도 낳고 이제 4년차가 되었네요.
문제는..제 맘이예요.
전부터 제 나이또래인 친구들처럼 놀고싶고 자유가 그립곤 했는데..요즘은 제 맘을 어쩔지 모르겠어요.
친구도 몇명없고 그나마 친구들도 멀리살고 전 결혼하고 친구들은 학생이고 직장생활하고..한마디로 말이 안통해요.
그래서 채팅을 통해서 친구들을 몇명 알게됬는데 그 친구들과 얘기할때마다 제가 너무 비참한거예요.
젊은 나이에 애기 키우느냐고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추억이 없는것 같아요.
여행도 한번 제대로 못가고 나이트도 세번인가 가봤고..
신랑은 참 잘해줘요..가끔 설겆이며 청소도 해주고.. 제가 싫다고하면 섹스도 한두달씩 안하고 지나갈때도 있고요. 아기한테도 자상한 아빠죠..
말이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고..밖에 나가는 걸 싫어해서 주말엔 텔비하고 산답니다.
어느때인가부터는 그게 너무 얄밉고 도데체 주말에 텔비안보면 할일이 없나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대화도 안하게 되고요.
요즘 신랑이 집에오면 밥 먹으면서도 한마디 안하고 잘때까지 말한번 안붙일때가 많아요.
애기하고는 몇마디 하지만 저하고는 물어보는 말 이외엔 전혀 말을 안해요
한마디로 부부같지도 않아요...
방도 각각 쓰고 밥도 각각 먹죠.
전 애기랑 6시쯤 밥먹고 신랑은 8시쯤와서 밥먹고
결혼하기 전에 전 신랑한테 다짐받아둔게 있죠..아기는 낳지 말고 둘이서 알콩달콩 살자고요..
그런데 막상결혼하니까 그게 아니더군요..시댁에서는 애낳은 여자는 아기낳는게 의무라고 하시고 신랑도 아기를 바라고..결국 애기를 낳았지만 내 자식이란 끈적끈적한 애정이 생기지 않아요.
그냥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나에게 아기키우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죠..1년정도는 우울증때문에 거의 매일 울었고요..신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저를 이해 못하죠..왜 내 자식을 짐처럼 생각하냐고 반문하져.
어릴적부터 애기를 유난히 싫어했어요. 애기가 울면 발작하듯 신경질내기도하고 같이 울기도했죠.
그런저한테 육아는 너무나 힘들어요. 지금은 그래도 애기가 말귀도 알아듯고 자기표현을 조금씩 하니까 갠찮지만 돌전까진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신랑은 육아는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신경도 안써요.
자다가 애기가 울어도 계속 코골면서 잠만 자요..
이렇게는 못살꺼 같아요..자꾸 밖으로 나가고만 싶고 집에 있기가 싫어요.
정말 어려운분들한테는 제말이 투정같이 들릴지는 몰라도 전 지금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제가 겪은 아픔들을 제 아이에겐 물려주긴 싫고..참고 살자니 답답해서 못살겠네요.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두서없이 쓴글이라...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조언부탁드릴께요..
요즘은 너무 우울해서 밥도 먹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그냥 제가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고 멀리 도망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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