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님과 님의 여자친구가 가진 세속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저보다 훨씬 못한 학벌에 저희집보다 못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결심한 건 저밖에 모르고 착하고 사려깊은 심성 때문입니다.
님은 위에서 열거한 이유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제가 보기엔 님의 여자친구가 님 때문에 훨씬 더 고민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 즉, 구속하려고 하는 건 좀 그렇지만 맞벌이의 상황에서는 집안일의 분담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고부간의 갈등이 우려된다고 하셨는데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야 곱게 키운 아들이 앞치마 두른 꼴을 못보신다고 하시겠지만 전 그런 고루한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의 부모도 딸을 곱게 키운건 마찬가지이죠. 그렇다고 부모님께 바락바락 대들며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결혼은 당사자가 가장 중요한 것이며 부부가 생각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은 어차피 자기들의 몫이니까요.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원하신다면 아내가 님에게 그렇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내는 남편이 청소한 깨끗한 집안을 바랄 수도 있다는 거죠.
또 한달에 한번꼴의 외박과 음주.. 님께서는 그 빈도와 정도가 너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 역시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여자이지만 가정을 꾸린 입장이라면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닌 음주로 외박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우려될 만한 사항이지요. 여자가 남자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도 남자가 그만큼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해서일수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더라도 자제할 줄 알고, 가정을 먼저 생각하며 걱정하는 집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평소에 보인다면 굳이 울고불고 반대할 이유가 없죠.
한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님의 여자친구와 님이 가지고 있는 학벌이나 재산문제는 빼놓고 보더라도, 집안일을 아내에게 미루어 놓는 남자, 한달에 한번씩이나 술먹고 외박하는 남자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연애와 결혼 모두 노력해야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루종일 님을 걱정하고 같이 있고 싶어하는 마음을 헤아려서 님이 참석하는 모임에 데리고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요.
제가 님 여자친구라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제 남자친구는 제가 존경할만한 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요. 함께 노력해서 행복한 가정 이끌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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