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크리스마스네요.
지금 시각은 정확히 새벽 3시 50분이구요.
아침에 일어나 신랑이랑 스파게티에 치킨까스 해먹을려고 했는데 계획대로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몇달전부터 신랑친구들이 별러왔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지난 토요일에 한 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신랑이랑 저는 동갑에 학교때부터 몇년간 연애하다 결혼한 사이라 그 친구들하고도 '야,자'하며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죠.
2년 전세기간이 이번달 중순에 끝나고 집 주인이 전세값을 올려달라는 싯점에서 가계 형편이 그리 넉넉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좀 신경이 예민해 있었죠.
그런 터에 친구들 중 저와 유난히 허물없이 지내왔던 신랑친구 '뚱땡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크리스마스 파티하는데 마침 파티하기로 한 집 마누라 생일이라고, 이래 저래해서 그집 내외빼고 5명의 회비가 1인당 5만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우린 10만원이라는 얘기인데...게다가 그집 안주인에게 생일 선물+음식 대접비 해서 20만원을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소리에 열이 확 받더군요. 마침 크리스마스랑 생일이 겹쳤으니 그냥 모른척 할 순 없겠지만 이제껏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던 것을, 그것도 현금으로 20만원이나 준다는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음식 대접비라고 해봐야 밥 한끼이고 술 등은 따로 준비해 가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솔로들이야 5만원 내면 그만이지만 한 가계에서 10만원은 넘 무리다 싶었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둘이서 어디 호텔 부페를 가도 먹고 남겠다 싶습디다.
그래서 '뚱땡이'에게 저도 모르게 다다다 쏴 붙였습니다. 앞으로 생일 당한 사람들에게 20만원씩 줄거냐,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 차라리 호텔 부페를 가는 게 낫겠다, 총각들이야 그 돈이 가뿐할 지 모르겠지만 우린 다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이 모임에 못 나가겠다, 왜 너희들 맘대로 가격을 정하느냐, 세상물정을 알고나 하는 얘기냐 등...
'뚱땡이'가 버버거리면서 그집 안주인이 스탠드를 원해서, 한 15만원 하지 않느냐, 모여서 즐겁게 놀자한 것 뿐이라며 결국엔 미안하다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 약한 신랑은 먼저 회비가 얼마인지 알면서도 비싸다는 말을 못한 모양입니다.
그 집 안주인은 일인당 만천원짜리 소고기로 스테이크를 준비했더이다.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고, 정성도 무척 많이 들어보이더이다. 일인당 4만원씩해서 그집에 10만원을 줬다고 합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건 좋지만, 그게 부담이 갈 정도는 아니어야 하지 않나요. 여럿이 모이면 싸면서 질은 좀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넘 타산적인가요.
이일로 잠시 신랑이랑 언쟁이 오고갔지요.
신랑은 앞으로 그 친구들이랑 '절연'을 하겠단 말까지 하네요. 제가 또 이렇게 부담을 주면 그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거의 매달, 친구들은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저희는 두번정도 빠지고 만나는 거였거든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매달, 이렇게 지출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 기죽이고, '뚱땡이'에게 넘 말을 심하게 한 건 아닌가 싶어 지금도 마음이 썩 좋지 않습니다. 사실, 그 친구들은 '잘' 나가거든요. 한달 수입이 우리 두사람 합친 것보다 더 많답니다.
휴~ 정말 돈이 사람 맘, 울적하게 만드네요.
|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