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님들 사는 이야기 들으면서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들어와서 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전 지금 28살이예요. 결혼한지는 2년하고 2달 지나고 있네요.
신랑은 저랑 동갑이구요. 대학교 다닐때 만났어요. 졸업하고 전 직장에 들어갔고 남편은 장교로 군대에 들어갔지요. 1년동안 제 월급하고 남편월급(교육생시절하고 소위때는 월급이 정말 쥐꼬리만큼이예요)을 열심히 모으고 대출도 좀 받고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시댁은 시아버님이 뇌출혈로 수술을 두번씩이나 받으시고 누워계신 상태라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구요. 저희집도 그리 사정이 좋지 못해서.. 그나마 살림살이는 저희 친척들이 하나씩 사주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한 8개월은 더 직장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군인이다보니 이동이 잦고 또 저도 사람들에게 시달리는게 너무 힘들고 또 임신을 해서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 10달을 기다려서 아이를 낳았는데 같이 퇴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게 너무 겁이 났습니다. 아직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때만큼 울어본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 딸은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양대혈관 우심기시" 이게 우리 아이 병명이라고 하더군요. 바로 소아심장병전문병원이라는 세종병원(부천에 있는)으로 갔습니다. 첨에는 좀 힘들지만 수술을 하면 괜찮을거라고 용기를 주더군요. 수술날짜를 잡고 그래도 수술하면 괜찮을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감염이 되었다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건지 조차 모르겠더라구요. 모든 사람이 다 원망스럽고 밉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곳에 가니 저희 아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정말 많더군요. 그런 사람들 보면서 때론 희망도 얻고 위로도 받고 했습니다....
정말 속상한건 제가 해 줄 수 있는일이 하나도 없다는 거더라구요. 내 배아파 낳은 내 자식인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니.. 기가막히더군요.. 우리 딸은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태어난지 50여일 만에... 그땐 정말 시댁식구들이 왜 그렇게 미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임신 7,8개월때쯤 시아버님이 돌아가셨거든요. 그 때 일이 잘못된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해서.... 시댁식구뿐이 아니죠 친정부모님도 원망스럽고 나 자신도 너무 밉고 남편도 너무 밉고....
같이 죽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고 살아지더라구요.. 내가 무딘건지 인간이 독한건지... 그리고 나서 2달인가 시간이 지나고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된게 혹시 제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결과는... 신장에 종양이 있다고 하더군요. 암인지 아닌지는 떼어내 봐야 알수 있겠다면서.. 수술날짜를 받았습니다. 수술하고 누워있는데 우리 딸이 더 생각나더라구요.. 우리딸도 이렇게 아팠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넘 미안하고... 정말 너무 미안했습니다. 조직검사결과 암이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아직 다른곳으로 전이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금도 6개월에 한번씩 ct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딸 유나가 나 살릴려고 먼저 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생각이 들면 유나에게 더 많이 미안해 집니다. 내가 뭐라고.......
지금은 다들 다시 아이를 가지라고 하는데 전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두렵고... 솔직히 남편하고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잘못 만나 이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바보같은 생각이 계속듭니다.
우리딸 몫까지 열심히 살아도 시원찮을 판에 말입니다....
제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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