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오시기로 한 분이 오셨습니다.
누구냐구여? 울 시엄니요.
전 같으면 하루이틀은 좀 잘해드리다가... 이내 며칠 안돼서 입이 십리는 나와서리 뚱~~~ 하고 있었을거에요.
저는 변했습니다.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이젠 저도 이집 귀신이 되려나 봐요.... 다들 모여있어도 별로 불편한것도 없구...첨 시도가 어려워서 그렇지... 시엄니 옆에 누워도 보구...시누들이랑 농담따먹기도 하구...시매부들 술잔에 술도 따라주구.... 새삼 제가 안하던 짓을 마구마구 해대니깐 오해려. 쩌~그쪽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더라구요 ^^
한~ 10년은 살아봐야... 결혼생활이 뭔지 알갔구나.. 하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온다 온다. 하시는 양반이 안오시고 시간만 질질 끄니깐 우리집에 놀러온 동네 아줌마들까지도 괜시리 쫄아서는 발 소리만 나두 시엄머니 오시는 소리인줄 알고 신발 먼저 챙겨신고 그랬어요^^ ㅎㅎㅎㅎ
그러던 양반이 엊그제 진짜로 오셨죠.
근데.. 어제요. 윗층 언니랑 옆집 언니랑 동시에 놀러를 와서 커피먹고 수다떨고... 윗층언니가 가까운 마트에서 쥬니어복 세일을 한다고 같이 가자는데 어제 바람이 좀 불었나요?
전 애가 어려서.. 가기 좀 곤란했죠.
근데.. 그 순간 현관문이 확~~~ 열리면서 시엄니가 등장하시는 거에요.
원래 점심때 잘 안 들어오시거든요.. 근데 양손에 비닐 봉지를 들고 들어오시더라구요.
다들 화들짝 놀라서는 집에 가려고 했던 참이라며 주섬주섬 일어나는거에요... 왜 가냐고.. 더 놀다 가시라고.. 그러더니 비닐 봉지에 있던걸 꺼내시며... 이거 먹고 가라고.. 잡으시네요.
헉스~!
그케 울 집에 온 제 손님 잡은 것도 희한한 일이지만... 뭔가를 사들고 집에 오신 것도 ..정말 첨이네요
우유. 1,8리터짜리랑 귤이랑 홍시랑...
정말 정말 웬일이니?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노인네가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시니깐 넘 이상해요.
언니들이 속으로 욕할거 아녜요? 그케 씹어대더니만 제말이 다 뻥이었다구 그럴거 아니에여? 억울해...
애들 맡기는거 맘에 안 들어서 어디 가고 싶어도... 못갔는데...
어제는 애도 맡기도 세 아줌마가 드뎌 마트로 떴다는거 아닙니ㄱ까?
실로... 얼마만의 외출인가... 아! 이 자유로움...
가면서... 그랬죠... 왜 하필 생전 안하던 행동을 꼭 누구 있을때 해서 내 신용을 깍아내리시는지 모르겠다구요.. 언니들 막 웃고 난리네요.
갔다 와보니 애들이 안 먹겠다 그래서 점심도 안 먹었대요.
전 같은면 막 신경질이 속에서 나올텐데.. 별로 안그러네요.
저, 갑자기 천사된거 같애요.
님들은.. 에게 그깟게 무슨 천지가 개벽할 일이냐고... 시시하다고 하시겠지만.... 제게는 이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랍니다.
일요일인데 비오네?
어디 못가겠네? 하루 종일 머하고 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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