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어린이 노래자랑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386세대는 거의 다들 알거예요.
누구나 한번쯤 가난했던 시절이..... 저도 그러했댔지요.
누가 누가 더 가난했었나 내기해볼까요?
우리집은 imf가 오기전부터 어려워 지기 시작했어여. 워낙 민감한 업종이라서...
시엄니까지 모시고 있었는데... 울 아들 5살 때.
하루는 쌀이 없어가지고... 점심은 아들만 먹이고... 저녁때가 되어가니 조바심이 나대요.
그 때 마침 성당에서 쌀을 항아리에 담아서는 쌀 없는 사람들 퍼가라고 마련을 해 두었었죠.
몰래 들어가서 쌀을 퍼오는데... 얼마나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지요. 혹여나 누가 볼까...
기저귀 가방에 두어사발 퍼 갖고 와서 겨우 저녁밥 짓고나면 또 낼 아침이 걱정되고.. 그럼 새벽에 일찍 성당에 또 가서 또 두어사발 퍼오고...
시장엘 가도 온전한 나물 한가지 제대로 못사왔어여.
다 뭉그러지고, 누렇게 뜬 거 몇가지 사오는게 전부이지요.
그나마 봄이었으니 망정이지...
어린 아들 손 붙잡고 산에 올라가서 밭에 나온 냉이랑 쑥은 지천으로 널렸고. 원추리, 질갱이. 돗나물...
영문도 모르는 시엄니는 쑥국, 냉이무침 맛나다고 내일도 또 하라고 그러셨죠.
울 아들 과자 한봉지 못먹고 컸어여. 기껏해야 저금통 탈탈 털어서 10원짜리 몇개 나오면 ,,, 문방구에 가서 100원 2개 주는 식용색소가 빨갛게 묻어나오는 불량식품 사탕 하나 겨우 사주구... 그것도 한꺼번에 다 못먹게 하느라 죄없는 울 아들 제 신경질 다 받아냈지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과자 사주면 한봉지 다 안먹고 꼭 반은 남겼다가 ... 이건 내일 먹을거라고해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하지요.
한번은 친정에 갔는데. 언니네 애들이 밥을 먹은건지 흘린건지.. 밥그릇 안에 있는 밥보다 상위에 바닥에 떨어진 밥들이 더 많더라구요. 그래서 이 귀한 쌀 왜 이렇게 흘리고 먹냐고... 너네가 먹기 싫어 흘린 밥을.. 어떤 사람들은 돈없어 못먹고 있다고 잔소리 조금 했더니... 언니가 싫은 내색 확실히 하면서 궁상 좀 그만 떨으라 그러면서 요즘 굶는 사람이 어딨냐고 하더라구요.
바로, 언니의 동생--내가 그러고 있다고--목구멍으로 그 말이 나오려는 걸 울컥 삼켰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들이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여.
설마 나에게 그 때보다 더 심한 시련이야 또 오겠어여?
돈 없다고 한숨쉬지 마시고. 맞벌이 때려치우고 싶어도 생활이 여유없어진다고 투덜거리지 마시고.. 아직도 어려움에 허덕이는 ,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살자구요.
전, 지금 몇 천씩 되는 빚도 다 갚고.. 이젠 돈 차곡 차곡 모아서 큰 집도 사고프고,저축이란 것도 하고 살고프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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