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님들의 글만 읽다가 오늘은 저도 푸념을 털어 놓아야겠어서 몇자 적어 보네요..
내일은 아침 일찍 고향집에 내려가야 하는데도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잠도 안 오구..
제 남자친구는 앞으로 몇개월 후면 '남편'이 되지요.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이거든요. 엄마가 어찌나 남자친구를 믿고 계신지 옆에서 보고 있으면 흐뭇한 마음이 절로 들곤 해요. 남자친구는 아빠가 안 계신 빈 자리를 많이 채워주거든요.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켜지지 않았음에도 계속 내버려 두었던 작은 방 형광등도 손 봐 주고, 수도도 바꿔주고.. 크다고는 못해도 사실 많이 그리웠던 손길이잖아요. 맘 써 주는게 고마워서 가끔은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한테 해 주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져요.
그런데 딱 하나 나쁜 버릇이 있네요. 술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 사실 술맛을 즐기는 건 아닌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일주일에 3일은 술을 마시죠. 지난주에는 그래서 건강 검진을 받게 했어요. 결과가 나쁘지는 않더군요. 간기능 수치가 좋지 않아서 약간 긴장한 거 빼고는 괜찮은 상태.. 다행이었지만 그 간기능 수치를 가지고 계속 술을 마시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어요. 본인도 조금은 느끼는 것 같았구요. 전혀 안 마시는 건 힘들 테니까 딱 반병만이라고 못을 받아 두었는데, 그 약속을 벌써 3일째 깨고 있네요. 이제 겨우 한주 지났을 뿐인데.. 엊그제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랫만에 만난다, 어제는 전에 함께 했던 직장 동료를 만난다, 오늘은 이번 직장 소개시켜 준 다른 회사 부장님을 뵈야 한다.. 이렇게 늘 이유도 다르고 사연도 아주 많죠. 그래서 늘 많이 마시게 되구요. 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메일을 보냈어요. 술 취한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나한테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건강을 잃으면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물었죠. 그랬더니 그 메일을 읽고 와서는 가만히 안아 주더라구요. 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오늘도 또 늦게까지 술을 마시네요. 더구나 오늘은 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도 안 되구요. 남자친구 집에 전화를 해 보고 싶어도 어머님 걱정하실까봐, 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못하겠구.. 마음이 너무 답답해요.
이 사람, 어떻게 해야 술이란 걸 자제할 수 있을까요? 꼭 술에 취해야 하고, 마실 수 있을만큼 마시고 나야 인간의 정이 싹트고 유지되는 건 아닌데.. 그걸 어떻게 해야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구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사실 술을 과하게 마시는 건 참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데..
현명하게 이 일을 해결하고 싶어요. 이런 경험 잘 해결하신 분이 있다면 제가 조언 좀 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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