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부하러 온 남편과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부 입니다. 아직 아기는 없구요.쿼터제로 운영되는 학교라 그냥 고3 이라고 생각하시면 딱 됩니다. 나라에서 보내 준 유학이라 18개월 동안 석사를 마쳐야 하는 의무가 있는 부담스런 과정이지요. 그래도 미국에 삼촌이 가있다고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형님 댁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저희의 사정을 전혀 모르신다는게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고3처럼 지내는 삼촌에게 얼마나 큰 방해가 되는지, 그리고 결국은 100 % 다 저의 일이라는것을,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조카인데 이곳 나이로 11세이어서 항상 제가 붙어 있어야만 한다는것을, 한국에서 형님도 안싸시던 도시락을 제가 매일 싸서 아침에 데려다 주고 오후에 데려와야 하는 것을, 그리고 방 하나짜리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현실을... 말로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지만 정말 쉽지 않네요. 아직 내 아이도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저로선...
아뭏든 시댁 요구란게 그렇잖아요. 해주면 그냥 괜찮은거구 거절하면 욕 먹는거구.
하지만 다 괜찮아요, 제일 힘든건 6학년이나 된 아이가 정말 너무 어리다는게 절 가정 힘들게 하지요. 첨엔 부모 떠나 와 있는게 좀 안됐기도 하고 해서 눈치 볼까봐 염려 했었는데, 오히려 지나치게 어려워 할 줄 모르고 사달라 해달라 너무 요구가 많으니까 정말 힘들더군요. 게다가 해주는건 너무 당연하고 안 해주는건 섭섭하기만 하고 아무리 아이지만 감사 할 줄을 모르니까 저도 지치고 신이 안나는거 있죠.
여긴 한국식당도 없어서 정말 간식까지손수 다 만들어 먹거든요.
조카가 자기 엄마보다 제가 더 잘해준다고 얘기 할정도로 신경써서 먹이는데도 맨날 배고프단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6학년치고 키도 작은 편인데, 나랑 우리 남편 보다도 조카가 더 많이 먹어요.밥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에도 간식 거리를 주문하면서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죠. 숙모가 몸이 둘이니? 라고 얘기 해도 그 옆의 렌지에 올리면 안되요? 라고 끝까지 요구하죠.
항상 그런식이예요. 1분 1초까지도 따져서 자기만 위해서 하라고.
야단치고 싶어도 시댁 조카라 나중에 괜히 와전 될까봐 못하겠고.
아이 밑으로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통장 잔액만 보고 이해 못하겟다는 남편과도 좀 안좋았죠.
내가 6학년 때 어땠더라? 하는 생각 많이 해요.
자기요구가 관철이 안되면 울고 불고 난리에요. 한번 안되면 끝까지 안되는 친정 엄마 교육 탓인지 전 그렇게 조르는게 이해가 잘 안되요. 그래도 아이인데 사랑해줘야지 하다가도 ...
아뭏든 전 이번일로 제 속에 이렇게 못된 것이 자리 잡고 있는 줄 처음으로 알게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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