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예요.
신랑이 술 먹고 11시가 다 되어서 왔길래 재우고 나서 ,하다가 만 십자수를 마저 다 하고 자려고 하고 있었지요.
1시가 좀 넘었을 거예요.
지금은 잠시 안 계신 시엄니 방에서 티비 틀어놓고 불 환히 켜놓고 있었거덩요. 시엄니 방에는 작은 베란다가 딸려 있는데 문짝이 비틀렸는지 한 쪽만 잘 안닫혀요. 낮에 뭐 좀 꺼내다가 닫으려는데 잘 안 닫혀서 신랑오면 닫아 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두었는데, 신랑이 술에 빠져서 왔으니 그냥 열어 두었었어요.
근데 한참 십자수를 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는 듯...하드라구요.
이 오밤중에 누가? 그냥 고양이겠지!
베란다 바깥쪽 방범창 유리문이 조금 열려있었나바요,
베란다에는 짐도 많고, 또 바깥에는 호박을 심어놔서 잎사귀가 장난이 아니게 얼키고 설키고, 화분도 많아서 어디 밟고 디딜 틈이 별로 없거든요. 근데 거기 서서는 웬 놈이 저를 훔쳐보고 있었나봐요.
부시럭! 부시럭! 이건 고양이가 아니다 --하고 생각한 순간 아주 소름끼치는 소리~~~"아줌마~~~! 아줌마!~~~~"
얼마나 놀라고 가슴이 뛰는지...
아무소리도 못 들은척 하고 안방으로 와서 잠에 떨어진 신랑을 흔들어 깨웠죠,
이 인간 업어 가도 모르게 자는거 있죠.
하도 흔들어 대니까 마지 못해 일어나 엉금엉금 기어서 냉장고에가더니 물 한잔 마시고는 "밤에 안자고 뭐하냐, 어여 자자!"
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그렇지, 자기 마누라를 누가 훔쳐 본다는데 방망이 갖고 뛰쳐나가 그 놈을 잡아서 다리를 작신 분질러 놔야 되는거 아니예요?
하도 무서워서 안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신랑더러 집안에 있는 불 몽땅 다 끄라고 했더니....
밖에 있던 그 놈이 놀랬는지 헛발을 디뎌서 우당탕 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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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가보았죠. 아니나 달라요?
화분 몇개 엎어지고, 깨지고, 조금만 밭도 다 밟아 놨드라구요.
놀래서 달아나느라 , 그래놓고 갔나바요.
분명히 애들 짓이야.
문단속 제대로 안한 제 죄지만, 이런 놈 한번만 더 걸리기만 해봐. 가만 안 둘테니...
뽀드득, 뽀드득---이까지 갈려요.
울신랑, 더 웃기는 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 못하는거 있죠. 그러믄서 밖에 나가서 엉망이 된 화분을 보더니 혼자 뒤늦게 씩씩거리고 있네요.
누가 자기 마누라 훔쳐봐서 화난게 아니구, 그 화분들 고스란히 자기가 치워야될거 같으니까 열받아 그러는 거거든요.
에효... 제가 저 인간을 믿고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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