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님의 글의 읽고 나니 왠지 웃음이 나네요. 저 갈팡질팡 헤매던거 생각나서요.
지금은 자칭 조금 나아졌지만.. 저도 결혼 초 음식문제가 가장 스트레스였어요. 저 역시 음식솜씨가 아주 서툴었거든요. 더군다나 우리 맞벌이 주부들 시간이 없쟎아요.
아침 7시출근에 퇴근해서 집에오면 저녁 9시. 토요일도 3시까지 근무.. 아하~~~
부랴부랴 밥하고, 국 끓여놓고.. 왜냐면 저희는 아침은 꼭 먹자 주의였거든요. 더군다나 뱃속에 아가가 있어서 저는 더더욱 기를 쓰고 챙겨먹었어요. 저녁을 거의 먹고 들어오고. 일주일에 두어번은 외식. 주말마다 장보고 청소, 빨래 몰았다가 하고..
김치는 시댁과 친정에서 공수해오고 반찬은 사다먹고, 국은 매일 미역국, 콩나물국 쉬운 것만..
주말에 뭐 한가지라도 만들어 먹을려면 한나절이 가고.. 치울게 더 많고 남편이 해먹는 것보다 사먹는게 여러모로 절약되겠다고 제발 만들자고 하지 말고.. 그냥 사먹고 쉬자고 사정을 했었어요.
음식 못 만드는 제 상황을 한심스러워 얼마나 자책했는지..먹는게 부실해서 입덧은 또 얼마나 심하던지.. 그때는 돈도 돈 이지만 시간이 너무 간절했어요. 평일에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음식 좀 만들어 보고 그럴텐데 하고 말이죠. 그래서 조금 편한데로 이직을 해볼까 고민을 수도없이 하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져도 보고 그랬어요. 근데 옛날 남자들 같지않게 요즘 남자들은요 아마 대부분이 그럴거예요.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해도 그만두라 소리안해요. 맞벌이가 나름대로 큰 힘이 되나봐요. 그래서 저는 남편이 혹시 툴툴대면 확 때려치우고 집에서 애기나 본다고 몇번 엄포를 놨더니 곧잘 도와주고 군소리 않더라구요. 근데 애 나아서 시댁에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려니 남편도 남편이지만 애가 마음에 걸려 참 힘들더라구요. 엄마사랑을 못주니까 이제는 돈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1년전에 돈을 조금 포기하고 시간활용이 조금 자유로운 컴퓨터방문교사를 하게되었어요. 남편한테 맞벌이 한다는 명목을 걸고 오전에는 애기랑 놀아주고 음식도 만들고.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려가고 가끔은 제가 만든 음식에 감탄하고 남편도 음식 만드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며 칭찬하데요.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줬던것 같아요.
님의 남편도 맞벌이는 원하는 거면 불만이 있어도 조금은 감수해 달라고 잘 달래고, 또 그런 불만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지 마세요.
음식만드는 거 시간이 있어서 자꾸 만들다보면 돼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거니까 한동안은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요령이 생길거예요.
근데 돈은 요. 벌 수 있는 때가 있어요. 그리고 아기 갖기전에 될 수 있는한 많이 벌어놓는게 힘든 시절(전세살이 기타등등
)을 빨리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구요.
저는 지금은 프리랜서 생활을 해서 시간도 돈도 두마리 토끼를 잘 잡긴했는데 남편이 혹시라도 일을 그만 두라고 해도 못 그만둬요. 왜냐면 내년까지 통장 세개의 적금은 부어야 집을 살 수 있는 희망이 보이거든요. 암튼 일반 서민들 맞벌이. 안 할 수도 없고 여자들한테는 참 힘들어요. 혹여나 가정이 있어서 주부라서 사회에서 해택받으려고 했다가는 질책받기 쉽고, 가정생활은 가정생활대로 엉망이고 나는 나대로 포기하고 살고..
이도저도 안 되는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길이 보이데요.
님도 한참 힘든시기겠어요. 슬기롭게 잘 이겨내세요. 가장 중요한 건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인 것 같아요. 힘들었어도 남편이 저를 많이 존중해줘서 저흰 큰소리내서 한번도 안 싸웠어요. 지금도 가정살림을 많이 도와주고요.
제 얘기가 더 길었네요.
화이팅!!
|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