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신 9개월째 접어든 예비엄마입니다.
날이 갈수록 몸도 무거운게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움직이는것도 예전같지가 않다는걸 느낍니다
그래도 울남편 아직까지 빈말이라도 자기가 설거지 한다는 말 한번 한적 없습니다
밥 먹고 나면 반찬뚜껑 하나 덮어주지 않습니다.
남편은 pc방을 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영업이라서 물론 많이 피곤하다는걸 압니다...
생활도 밤낮이 바껴있습니다..
남편이 그러니까 저도 자연적으로 그렇게 밤낮이 바뀌더군요..
남들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은 보통 동이 트는 시간에 자고 오후가 되어야 일어 납니다.
아르바이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게에 매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일요일이라든지 휴일이란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날들이 더 바쁘죠...
그래서 신혼이라고 놀러한번 제대로 간적 없습니다.
남편은 내가 어디 가자고 할까봐 걱정입니다.
결혼먼저한 선배들이 그러더군요..
애 낳기 전에 좋은데 놀러 많이 가라구요..
애 있으면 가고 싶어도 잘 못가게 된다고.
가까운데라도 한 번 가자고 하면 깨워서 밖에 까지 나가는데, 울고불고 쥐어짜고 해서 겨우 한번 나갑니다..
집이 양산인데 가까운 통도사 한번 가는것도 말입니다..
진짜 한 번 같이 나갈때마다 속에 천불이 올라 옵니다.
설거지나 방청소 같은것도 도와달라고 하면 남자가 집안일을 하면 밖에 나가서 큰일을 못하다는 말과 함께 도와주지 않습니다.
같이 밥 먹을땐 모르지만 혼자 먹을땐 밥 차려주면 먹고 나서 반찬뚜껑 정도는 닫아서 냉장고에 넣고, 먹고 난 밥그릇은 씽크대에 올려놔야 하는거 아닙니까?
먹고 난 그대로 숟가락 놓고나서 잠시도 앉아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불위에 누워서 tv시청입니다.
과일도 먹기 좋게 껍질없이 줘야 먹습니다.
심지어 토마토는 껍질 벗기고 수박은 씨 빼서 달랍니다.
술은 잘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별 불만은 없지만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 마셔서 그런지 그 담날은 아주 괴로워 합니다...
시어머니가 간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21일 금요일날 검사 받으러 병원에 갔었습니다.
불규칙한 생활로 피로해서 그런거라 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날 술이 떡이 되어서 들어왔습니다.
그 담날이 22일 스페인전이 있던 날입니다..
온 나라가 월드컵 길거리 응원으로 들썩일때 우리도 거기에 동참하자고 공설운동장에 가서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가자는 소리 한 번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도 무참히 깨 버렸습니다.
축구경기는 물론 집에서 봐야 했구요, 4천만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을때 울 남편 코 골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4강에 올라 다시 한번 축구경기를 볼 기회가 있어 25일은 공설 운동장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대신 일 해야 한다더군요..
꼭 공설운동장에서 봐야 하는건 아니지만 나와의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 하는거 같아서 오기로라도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전도 혼자 집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혼자 보는것도 싫고 해서 목욕탕에 갔었습니다. 목욕탕에서 나올때쯤 막 전반전 시작을 하더군요..
그런날은 pc방에 손님도 없고 해서 남편 가게로 갈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이 나의 말을 단박에 잘라 버립니다 "오지마라 걸거친다"
나도 아무말없이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정말 만정이 다 떨어집니다.
목욕탕에서 집으로 오는길은 월드컵땜에 거리에 사람 하나 없고 개미새끼 하나 안 보입니다..
텅빈 거리를 걸어오는데 외롭고 서러움에 눈물이 납니다
남편은 담배를 많이 피웁니다
집에서도 화장실에서 베란다에서 피웁니다..
제발 밖에 나가서 피우라고 해도 들은척도 안 합니다..
우리집 18평 아프트입니다..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피운다고 그 냄새나 연기가 안 납니까?
밖에나가서는 바로 옆에서도 뻐끔뻐끔 피워댑니다..
정말 정말 속 상합니다..
허니문 베이비라서 너무 쉽게 아이를 가져서 그 중요함을 모르는건지, 만약 내가 어렵게 아이를 가졌어도 이런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잔정이 없다는걸 알지만 아직까지 임신했다고 머 하나 사들고 온적 없습니다..
머 먹고 싶은거 있냐고 물어본적도, 빈말이라도 밥 먹었냐는 말 한번 하지 않습니다.
평소엔 그러려니 했던 것들인데도 오늘은 왜 이렇게 섭섭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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