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어제부터 백수 대열에 합류한 저희 신랑 새벽같이 딸내미 데리고 다섯시간 가까이 운전해 시댁으로 내려갔네요.
그동안 회사 다니느라 넘 피곤해서 공부 시작하기 전에 푹 쉬러 한 2주일 갔다 온다네요. 그래봐야 직장생활한지 겨우 5년 될까말까한테 13년째인 제 앞에서 주름을 잡기는 ^^
친구들이나 회사동료들하고 같이 어울리다 저녁늦게 들어오는거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어케된 일인지 평상시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대문만 들어서면 천하에 다시 없는 피곤한 얼굴을 하고 겨우 손발씻고 소파위로 벌러덩 ~~~ 이세상 병 중에 무슨 자택피곤증이라는 병이 있나 아님 내얼굴이 넘 피곤하게 생겼나 참 쩝.
어쨋든 자기 수족을 전부 네개(자기것두 자기꺼 내것두 자기꺼)로 생각하고 귀찮은일은 전부 제 수족에게 시키는 저희 신랑하구 거기에 대적해 요즘 떠오르고 있는 새끼잔소리꾼 저희 딸내미가 차 타고 떠나는거 보구 전 자유(부)인이다 하고 만세한번 부르고 회사로 씩씩하게 출근했죠.
근데 축구응원한다고 오전근무하고 회사 직원들하고 같이 응원하다 일찌감치 집에 온것 까지는 좋았는데 ... 소파에 드러누워 티비만 한 두어시간 보다 도저히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어슬렁어슬렁 상가에 가 떡볶이랑 과일조금 글구 비됴 한개 빌려 돌아왔네요. 저희 신랑하고 딸내미 있을때는 아무리 피곤해도 밥은 꼭 해 먹었었는데 나 혼자 먹자고 뭘 하기도 그렇고 뭣보다도 귀찮아서 ^^;
어쨋든 저녁내내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뒹굴뒹굴 그러다 배고프면 사정거리안에 있는 먹을거 줏어먹고 티비도 잼 없자 마지막 비장의 카드인 비됴틀어서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네요.
글구 아침 ... 훤한 새벽에 불은 켜져있고, 티비는 ㅊㅊㅊ, 다리 하나는 소파위에 ... 에궁, 한마디로 저는 어제 전쟁터같은 집 한가운데 쓰러져있는 폭탄맞은 병사였슴다.
사실 그동안 저희 딸내미 낳구 맞벌이하느라 바빠 요리조리 시간 쪼개며 살아야 했고 저 하고 싶은거 못할때는 사는게 이런건가 싶어서 마니 속상하기도 했었죠. 근데, 제가 그렇게 원하던 시간과 자유가 막상 저한테 주어졌는데도 전 아직 제가 이번 기회에 하려고 했던 일들중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앞으로는 저희 신랑이나 딸내미한테 제 시간을 다 쓴다고 해도 예전처럼 내인생돌리도 하며 속상해 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제가 설사 그 시간을 다 가진다해도 뭐 별로 그보다 더 특별히 중요한 일을 할 것 같진 않네요.
^^^ 생활의 리듬이 깨져 혼미한 상태인 현민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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