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10여년간을 유학생활하다 돈도 없고, 얘들도 크고, 공부도 힘들고 해서 남편이 아르바이트하던 회사로 취직해서 비행기값 빌려 한국에 돌아왔지요.. 처음엔 집이 없어 큰오빠네서 몇달 살다가 친정식구들에게 2000만원 빌려서 인천에 19평 오래된 아파트 얻어 분가했어요. 그땐 정말 기뻤죠. 세면기조차 없는,바퀴벌레있는 집이긴 했어도 우리 4식구 함께 살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았거든요. 길거리에서 파는 풀빵 하나도 안 사먹으며 열심히 빚 갚으려 돈 모았죠. 남편이 취직한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월급도 적었어요. 그러다 인천 외각의 31평 새아파트 전세를 3000만원에 얻어 이사했죠. imf뒤라 전세값이 쌌거든요. 1년뒤 정도에 남편회사에서 대구로 내려가면 집 내주고 차도 내준다해서 대구로 내려왔지요. 전세값 돌려받은 돈으로 대구집 전세 얻는데 한 2000만원 보태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얻어주고) 빚이었던 1000만원은 오빠가 빌려준 돈인데 돌려줄려고 하니 그냥 당분간 가지고 있으라 해서 갖고 있다가 독일에서 친하게 지냈던 집이 한국에 앤티크가게를 연다고 돈좀 빌려달라고 해 우리돈 500만원과 오빠돈 천만원을 빌려줬지요. 그집이 독일에서는 꽤 여유있게 살아서 어디 놀러갈때는 우리 아이들도 데려가곤 해서 항상 고마워했던 집이었거든요. 우린 거기서도 어려웠거든요..
남편은 돈 빌려주지 말라는데 나는 그집이 고마왔던게 생각나 매정하게 안된다고 하질 못하겠더라구요. 우리집 사정 다 알고 있어서 돈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거든요. 또 내가 욕심도 냈지요. 은행이자 보다 더 주니까 살림에도 보탬이 될거라는...
그런데 결국 그집은 망하고 우리는 돈이 날라가버리게 됐어요..그집이 열심히 가게 늘리고 명품으로 치장하고(원래 비싼옷만 입고 산 집이긴 했지만) 아파트 2개 사고 독일서 들여온 차 타고 다니며 열심히 돈 쓰며 살다가 결국 빚에 눌려 망하게 된거죠. 돈 빌려준지 1년 7개월 됐는데 이자는 9개월 받았구 9개월 전부터 돈 돌려달라고 했었는데 계속 준비안됐다 하더니 다른 빚쟁이 들이 덤벼들어 가게 물건 다 가져가고 가게도 빚에 그냥 넘어가고 남은 아파트들은 빚으로 나올 돈이 없구...거기다 그집 남편 바람나서 가게 물건들 싸게 처분해 돈 해갔구...정말 난리가 났어요..ㅠㅠㅠㅠ
근데 문제는 바로 나지요. 돈 돌려달라고 얘기할때도 미안해하며 이야기하구, 이자 안 주는것도 한번도 뭐라고 안했구, 그집에서 돈 받은 뒤로는 거의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연락조차 안됐고,
남들 물건으로 가져갈때 나까지 그러면 안돼지 싶어 그냥 있었구, 결국 이제는 돈 나올 곳이 하나도 없게 되었지요.
제가 너무 바보였지요. 정말 한국에 나와 이제껏 비싼옷 좋은 신발 한번 못 사고, 아이들 주눅들 정도로 돈 아껴가며, 아파도 병원조차 안가며 정말 열심히 돈 모으느라 애썼는데.....
그런돈 그집식구들 잘먹구 잘입구 잘썼다고 생각하니 정말 너무 너무 억울해서 머리가 돌아버리겠어요.. 아직까지도 겨우 4천만원정도 모았는데 그중 천오백이 날아간다니.....
그집은 지금 남편은 다른여자하고 살고 있고 부인은 아이들하고 독일에 있구.. 그렇다고 그집식구들 우리한테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고...정말이지 그 사람들 그렇게 뻔뻔하고 비양심적이 었는지는 몰랐어요.. 당한 제가 바보고 멍청이기는 하지만....
돈은 빌릴때하고 갚을때하고 태도가 달라지게 되는건가봐요. 정말 아무리 친해도 돈거래 만큼은 하지 말라던 교훈을 무시해서 이렇게 되었지요.. 정말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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