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동갑네기 부부입니다.
제가 좀 과격하고, 성깔이 있는 편이죠. 울 신랑은 대가족에다 산골소년으로 자라서 그런지, 차분하고 잘 참는 사람입니다.
여기다 몇번 글도 올렸었지만, 문제는 아이들이죠.
저같은 경우는 바로 폭력 아버지 아래서 자란 아이에 해당합니다.
울친정 아버지도 술과 그에 따른 주정과 폭력으로 울 엄니와 저희 남매를 무척이나 속상하게 하셨던 분입니다.
울엄니가 워낙 성격이 순한 분이라, 아버지 술 드시고 오시면, 말대꾸도 않고 참으셔서 아버지로부터 손찌검 당한 적은 없으셔도, 만약 울 엄니가 같이 하셨다면, 분명히 맞으셨을 겁니다.
결국 결혼 생활 30년에 울엄니 홧병 얻으셔서, 평생 고혈압 약이며, 위장약이며 소화제 등 각종 약을 달고 사셔야 합니다. 요즈음은 우울증까지 겹치셨더군요. 그런 일 있을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주고, 뒷처리 수습하던 맏딸인 제가 결혼하고 분가하다 보니, 그 빈자리가 엄니에게 우울증을 안겨다 드린 것 같습니다.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성격 강한 아버지를 닮아, 일 한번 터지면 그 자리를 피했던 엄니와 남동생과는 달리, 끝까지 아버지의 주정과 폭언을 지켜 보았습니다. 지금은 연세도 있으시고, 출가시킨 자식까지 보셔서 그런지 그런 일은 없지만, 지난 세월을 보면 정말...한편으론 우리를 위해 참아주신 울엄니가 감사하기도 하고, 한 여자의 일생으로 보면 울엄니가 미련하단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전 배우자에 대해 항상 품었던 생각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술 못마시고,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울신랑...비록 가진 것 없고 외모도 특출나지 않지만, 정말 저에게 잘합니다. 제 못된 성격 다 참아주고 울가족에게 잘하고, 사리분명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죠. 언제나 울신랑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며 많이 못배우셨지만, 그런 신랑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시부모님께도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얼마전, 제 친구 부모님도 황혼이혼을 하셨습니다. 친구 아버님이 의처증에 잦은 폭력으로 결국, 어머님이 병원에 까지 실려가는 상황을 맞고서야 그 자식들이 부모님의 이혼을 진행시켰죠. 제 친구, 저한테 그러더군요 "솔직히, 우리 때문에 참고 사신다는 울 엄마 보면, 정말 맘이 무겁고 안좋더라. 그래서 이젠 참지 마시라고 했다." 라구요.
부부 본인들도 힘들지만, 제일 큰 문제는 그 영향을 아이들이 받고 자란다는 거죠. 가끔씩 화날 때마다, 야성같은 끓어오름이 나도 모르게 터지면, 제 자신도 내가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증오하던 제 남동생이, 만취할 때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면 소름이 오싹오싹 돋구요.
폭력이 또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말은 정말 사실입니다.
미래의 아기를 위해서도 확실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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