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도 터 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다. 친정 식구에게는 걱정하실까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윗동서는 하나 있지만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명절이나 시골에 갔을때만 잠깐씩 보고 전화 조차도 하지 않고 지낸다. 결혼하고 처음 2년 정도는 2주일에 1회, 1개월에 1회 정도는 내가 꼭 했는데 내가 그렇게 전화를 해도 전화 한통을 하지 않아 어느 때인가부터는 하기 싫어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시댁에 가도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성격이 나랑 거의 맞지 않는 것도 이유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지내려고만 한다. 아침도 차려 놓은 다음에 깨워야 일어나서 먹고 설것이나 겨우하고, 뭐 대충 그렇게 때문에... 시누이랑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항상 기분이 나빠진다. 오빠, 올케를 못 믿어워서 아주 어쩔 줄을 모른다. 30일날 이사를 하는데, 알아보고 등기부등본도 다 떼서 확인해 보았다. 몇번씩 꼬치꼬치 캐물어 보고 확인하려 든다. 짜증난다. 당사자인 우리가 어련히 잘 했을까봐! 내 집에 오는 것도 싫어지려고 한다. 아니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 까다롭고, 까탈스러워 부담스럽다. 한마디 하고 싶지만 참는다. 왜? 큰동서가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안돼서 시댁식구들과 트러블이 있었는데, 온 집안 식구들이(남편까지도) 똘똘뭉쳐서 못된 며느리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시댁은 가족애 하나만큼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들이 하면 스캔들인 것처럼... 우리 가족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실수한 것이고 남들이하면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해 버린다. 내돈은 아주 귀하고 소중한 것이지만, 남들 돈은 당연하다는 듯이 너무 가볍게 여긴다. 내 자식한테는 내 입에 들어 가는 것도 다시 빼서 넣어줄 정도로 아끼지만, 남의 자식은 그것들, 저것들이다. 물론 며느리들한테도 이런 표현을 한다(어떤 때는 개년(?)이라는 표현도 쓴다). 내 자식은 마흔이 넘은 아들이지만 아이고 내강아지이지만 며느리들은 개밥에 굴리고 또 굴린 도토리들이다.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그 자식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한가지씩은 해 놓는다. 하지만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은 한가지도 하지 않으신다. 내 자신이 싫어진다. 부딪쳐서 한바탕하고 싶다가도 혼자 바보되기 싫어 참고 넘긴다. 남편도 팔은 안으로 굽는가 보다. 언젠가 푸념삼아 한마디 했다가 대판 싸웠다. 그 뒤로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댁에 점점 더 가기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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