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은 아니고, 다들 힘들 추석 보냈다고 답답한 맘에 글들 올리시는데, 이런 글올리면 약올리냐 하시겠지만, 그건아니고 그냥 저는 감사한맘에 직접말은 못하고,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푸념만 하는곳은 아닐터이니...
시집온지 3년됐습니다.
신랑은 장남 아래로 시누만 둘, 큰시누만 결혼했구요. 아버님은 결혼하기 몇 달전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말그대로 홀시어머니에 말많은(?) 시누만 둘이군요...
맞벌이라서 9개월된 아들녀석은 친정에서 키워줍니다. 9일날 퇴근하자마자 친정으로 달려갔습니다. 역시지방인지라 저녁늦게 도착하고 그곳에서 하루 자고 아침먹고 손주댈고 시댁에 갔습니다. 우리시댁도 제사지냅니다. 정신없죠. 아무리 조금씩만 하자고 하셔도 제사음식이라는게 사실 종류가 만만치 않잖아요. 일단 후라이팬 꺼내서 자리잡고 앉아 전부치기부터 시작합니다. 다행히 낯가리며 두시간은 족히 울어대던 녀석이 낮잠을 자더군요. 도와주러온 사촌시누랑 둘이서 열심히 부칩니다. 녀석이 깨어서 징징대는데 신랑이 다행히 잘 봐주내요. 사실 말이 엄마,아빠지 두주에 한번볼까말까한 사람들인데도 워낙 다급했는지 꼭 안고 안놔주네요... 직장에서 일끝내고 돌아온 시누들과 저녁같이 차려먹고 치우는데 막내시누가 자기 부엌일 못도와줬다고 설거지통앞에 서내요..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 힘들텐데 막무가내예요. 언니좀 쉬라고... 내가 뭐한게 있다고... 쩝~
때마침 징징 투정부리는 아들녀석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데 찡얼찡얼거리고 놀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나만 붙잡고 있어서... 애라 모르겠다.. 그냥 작은방에서 녀석 안고 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어머님 뭐 하시나 부다 시퍼 나왔더니...
"들어가라 왜나왔써... 애보느라고 힘들지? 나도 다했다... 들어가라.. 어여"
쭈뼛쭈뼛 서있다가... 들어왔습니다... 녀석은 계속 찡얼찡얼... 얼마나 지났나 저녁 11시가 다되는 것 같은데도 부엌에서는 아직도 달그락달그락 뭔가를 열심히 하시는 어머님... 아무리 안한다해도 국도 끓이고, 갈비찜도 안치고, 나물도 데치고 해야할텐데.... 맘과 달리 오랜 여행길에 모처럼 아기랑 씨름에 피곤했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네요...
녀석이 낯설었는지 새벽에 몇 번을 깨고, 또 워낙에 일찍 일어나는 녀석인지라 5시 40분부터 똘망똘망한 눈으로 놀자고 하네요... 7시쯤 되니 어머님 일어나셔서 부엌에 나가시고 나도 애기 아빠한테 맞기고 들어가니 "애기땜에 잠도 제대로 못잤을텐데.. 더 들어가서 눈좀 부쳐라... 좀있다 상차릴 때 그때 좀 나와서 도와주고... 들어가라 어여"
막내시누 일어나서 웃는얼굴로 "애기 잘 잤어요?" 물어보고 "언니 좀 쉬어요.. 제가 할께요"
애구구 울 시누 맨날 저녁까지 약국 보느라고 힘들텐데... 맘도 착하지...
상꺼내고 청소기로 대충 거실치우고, 이제 준비한 음식들 예쁘게 담아서 차례준비하고 작은댁에서 오시고 인사하고 차례지내고, 큰시누네 전화해서 같이 아침먹고 후식준비하러 가니 이번엔 큰시누가 싱크대 앞에 섰네요. 울큰시누 저보다도 나이가 4살이나 많아요. "아가씨가 않해두 되요... 제가 할께요.. 저 일않했어요""아니예요... 제가 하면 어때서요... 저 어제 일 하나도 못했잖아요.. 이건 제가 할께요..." 울 큰시누 추석하루 쉬면서 그래서 시댁에도 못갔는데 개업하고는 항상 힘들어 해서 살도 쪽쪽 빠지는데 그런시누까지 설거지를 하겠다니... 울시어머니 말리실 생각도 않하고 "그래 너가 해라~ 애 잠도 못잤다" 허걱~
이제 성묘가는 시간 다들 준비하고 나서는데 울어머니 애기를 데리고 가시겠단다. "애기 내가 데라고 갔다올테니 너좀 혼자 안방침대에 가서 좀 누워있어라". 허걱~
간신히 말려서 애기랑 집에 있었습니다. 녀석이 이제 진정이 되었는지 잘놀더군요... 다들 2시간만에 성묘에서 돌아오고 늦은 점심 챙겨먹고, 이제 낮잠들 자는시간... 일어나서 과일먹고 얘기하고 놀다가 짐싸서 친정으로 돌아왔어요. 녀석은 하루 떨어져있던 외할머니와 눈물겨운 상봉을 하고 차트렁크에서 열심히 뭔가를 나르는 울신랑... 못보던 상자들 이게 뭐야?
"어머님이 드렸어요" 하며 내미는 것은 과일상자에 인삼선물셋트까지...
일도 안한 며느리 뭐가 이쁘다고 울어머니 감사하고 고맙다고 하시고... 저녁하시면서 "그래도 너 시어머니 복있다..."하시고... 울시어머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게 하시네요...
추석선물로 맨날 할인매장에서 옷사입으실 울시어머니 생각에 큰맘먹고 백화점 매장에서 떡하니 니트셋트를 사드렸는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내친구 시어머니 옷사드렸더니 "이거 색깔이 왜이러니? 이거 어디서 샀니? 교환은 해주냐?"그러시더래는데, 울시어머니"너무 예쁘다. 내가 베이지색좋아하는데... 입어볼까?" 입으시고 거울앞에서 이리비춰보시고 저리비춰보시는 모습이 정말 뭘하나 사드려도 기분좋게 해주시네요.... 전화자주 해야지 하면서도 일주일에 2-3번이 고작인데도 할때마다 반가워하시고, 별일없으면 않하는거지 뭐... 너무 신경쓰지말라고 하시는데...
애기 때문에 일찍 친정으로 온게 미안해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들렸어요.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 저렇게 좋으시면서 부담될까봐 더 있다가라고도 않하시고... 같이 근처 산에 갔다가 팔이랑 어깨랑 주물러 드리니 너무너무 시원하다고 어디서 배웠니? 하시며 좋아하시네요. 저도 여우과는 아니고 곰과에 가까워서 살갑게 잘 못하지만 마음만은 알아주시는거 같아 항상 고맙네요. 같이 웃고 얘기하고 신랑흉도 보고 하다가 저녁먹고 늦게서야 출발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말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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