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 정 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추석 무렵이 되면 새삼 멀리 떠나있는 분들, 저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계실 분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지요. 그 옛날 큰댁에 모여 차례를 지내면서 얼굴 맞대며 함께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던 추억, 달밤에 풍악놀이하는 어른들 따라 웃마을 아랫마을 쏘다니며 장난치던 기억들이 한폭 아름다운 수채화로 떠오릅니다. 그러노라면 이제는 돌아갈 길 없는 먼 시간의 강너머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 별빛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가곤 합니다. 왜 이 가을 제게는 그러한 분들 중에서 유독 미당 서정주 선생(1915-2000)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땅 굴곡 많은 현대사 속에서 온갖 시련과 풍파를 겪으면서 민족어의 완성을 위해 진력하다가 쓸쓸히 떠나가신 그 말 많고 탈 많은 분 말씀입니다.
시인이란 민족의 정신적 지도자이기에 유독 그분의 경우처럼 친일훼절이나 권력에의 향일성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보면 윗시처럼 명절날 우리네 삶의 풍정을 이 시처럼 맛깔스럽고 운치있게 표현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로 생각됩니다.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가 우리말의 속깊은 말맛과 융숭깊게 어울려 우리의 멋결과 혼결, 숨결과 살결을 향그럽게 빚어내 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면 이런 한가위 명절날에는 우리 서로 흉허물과 상처를 밝은 달빛으로 다독여 주며 마음 풀고 지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휘영청 빛나는 달빛에 좋아라 춤추는 노루와 꽃가지와 올빼미처럼 우리들도 둥글고 밝은 마음이 되어 이 명절의 가을밤을 잘 지내야 하겠다는 뜻이지요.- 김재홍: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
언젠가 미당 선생님에 관한 방송을 본적이 있습니다
자주 가시던 전라도 00여관이었는데...
창밖풍경도 고즈넉 하니 무척이나 조용한 곳이더군여
항상 묵으시던 방이라고 소개하던데...
참으로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가슴을 쓸어내리면 엄칫 놀란것은 어느어느 유명한 사람이 하룻밤만 묵어가도 금새 장삿속을 드러내는 요즘 세태와는 전혀 상반된 그 여관 주인의 태도였습니다
그냥 조용히 그 분의 숨은 펜으로 크게 떠들고 싶어하지도 않던 그 모습이...뭔가 아무튼 참 좋더군여
태풍 소식에 온 나라가 걱정이던데 무사히 추석 잘 보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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