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32살의 아이 둘가진 주부랍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이제 52 살의 젊은 할머니 시지요....
전, 지금의 남편이 두번째 남편이랍니다.
철모르던 시절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는데, 일년도 채 살지 못하고,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 아이 혼자만 데리고 한 4년을 살았지요....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다시 재혼을 했구요...
남편에게 있어 저는 고등학생 시절에 만난 첫사랑 이었지요. 결국 십이년이 지난 후에야 우여곡절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구요...
시어머니 께서는 저의 걱정과는 달리 내 딸에게도 너무나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친척분들에게도 저의 딸이 감춰둔 친손녀라며, 너무나 잘해 주셨습니다.
남편 또한 제 아이에게 정말 친아빠 이상으로 잘 해 주었구요,
도련님도 제게, 형수로서, 정말 잘 대해주고, 삼촌으로서도 잘 해 주었답니다.
2년전에는 예쁜 둘째딸도 얻어 우리 6식구는 정말 행복하게 잘 지냈답니다.
남편은 저를 만나면서, 교회에 다니며, 믿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사람이 더 성실해지고, 담배도 끊고, 정말 착실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훌륭하게 잘 수행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한달전, 어머니께서 별안간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많이 좋아 지셔서 일반병실로 옮겼구요..
중환자실에서는 대,소변이며, 시트며, 다 간호사들이 알아서, 해주지만, 일반병실에서는 보호자가,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며 또한 그 양을 체크해야하고, 무얼 얼마나 드셨는지, 정신은 올바르신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등등 보호자가 정말 한시도 눈을 뗄수 없답니다.
처음에 어머니께서 일반 병실로 오셨을 때는 일어나시기 조차 힘드셔서, 누운상태로 대 소변을 다 받아내야 했습니다...
전, 정말이지 이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이일은 현실이기에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하고, 울부짖으며, 성경보며, 차츰 마음을 다져먹었습니다.
어머니의 의식은 마치 아기같아서, 자꾸들어도 잊어버리시고,
옛날 일들은 기억하시면서, 가까운 일들은 생각지못하시고, 또 제가 며느리인지,조차 어쩔땐 기억도 못하실때가 많으셨습니다.
하지만,전 정말 내 어머니처럼, 어머니 대,소변을 받아드렸고, 어머니 볼에 입맞추며,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얼른 일어나시라고 어머니 눈을 쳐다보며 얘기해 드리고, 아직 오른쪽이 불편하셔서, 식사도 직접 먹여 드리며, 제가 할수 있는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어머니로 인해 큰 딸은 언니네 집에 맡기고 작은 아이는 아직 젖병도 떼지 못하여, 제가 업고 다니며, 어머니 수발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보다는 애기아빠가 수발 드는 것이 어머니께서 편하신 것 같아, 지금은 애기아빠와, 도련님께서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모시고, 저는 잠깐씩 교대할때와, 어머니께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등을 가지고, 애기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가져다 날랐습니다.
물론, 생활은 저희 집이 아닌, 어머니 집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주부님들도 알다 싶이 어디, 집안일이 한다고 해도 눈에나 뜁니까..... 그래도 어머니가 안계신 집이어도 항상 깨끗하게 해놓으려고, 제 딴에는 열심히 살림도 했습니다.
남편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지만, 믿음 하나로 잘 견뎌 나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남편을 보며, 열심히 견디고 있구요...
그런데, 또 저희 친정 아버지가 이번에 목 디스크로 또 수술을 하십니다..
하지만, 전 친정 아버지에겐 신경조차 못쓰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저쪽나라에 머리 한 부분을 맡기신 것처럼, 자꾸 알지못하는 얘기만 하십니다....
그래도 남편의 노력덕분에, 어머니께서는 지금 많이 좋아지셔서 부축하면 걸어가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의식이 더 많이 돌아오셨으면, 하는데, 그건 쉽지가 않나 봅니다. 자꾸 먹는 얘기만 하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남편의 마음은 어떨까.....
저또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제 정신과 육체 모두 어머니께 된것 같습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 우리 친정식구들, 모두 그사람 에게 제외가 된것 같습니다. 어머니외에는 모든게 귀찮아 보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 남편을 볼때마다, 이해를 해야한다고 하면서도 왜이리 가슴한켠에는 저리는지요....
큰딸과 떨어져 지낸지 한달이 다되가지만, 얼굴조차 보기가 힘들고 이제 막 18개월에 접어든 딸은 엄마만 안보이면 내가 보일때까지 떼쓰는 고집장이 딸입니다.
지금의 이게 저의 나의 생활인지....
저희 집엔 언제나 가볼까요....
또, 어머니께서 퇴원하시면, 제가 당연히 모셔야 합니다.
잘 모실겁니다.... 물론, 인간이기에 겁나고,두렵고, 그렇지만, 주님께서 주신 시험이기에 믿음으로 꼭 이겨낼겁니다.
우리, 어머니, 너무나 자상하신 , 제게 둘도 없는 우리 어머니, 제가 어떻게 어머니의 사랑에 배신을 하겠습니까....
둘째 아이가졌을때, 상조차 못들게, 물에 손도 못담그게 하셨고, 둘째 낳았을때도 어머닌 큰 딸이 더 좋다고 하신 분입니다.
며느리 마음을 다 이해해주신 어머니신데,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정신이 드실때도 너무나 낯선 어머니 모습에 가슴이 매입니다.
하지만, 정작 제 가슴에 못질을 하는건 남편의 냉정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고, 더 이해해야한다고 하면서도, 남편의 냉정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내 마음에 꽂힙니다. 그렇다고 이런 말을 어디 지금의 힘든 남편에게 어찌 말을 합니까..... 그저 견뎌 낼수 밖에요....
주께서 제게 너무나 많은 시험을 감당하라고 하시니, 감당해야지요.....
하지만, 예전의 남편모습이 자꾸 그리워 지는 건 왜인지요...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 주었으면, 날 조금만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제 욕심일까요....
마음이 너무 무거워 이곳에서 제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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