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그의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30여년 전에 결혼했을 때, 그의 머리카락은 흑단처럼 검고 숱이 많으며 아주 멋지게 곱실거렸다.
변화는 살그머니 알아차리지 못하게 찾아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그의 머리가 처음에는 회색이 되어 가는 것을, 나중엔 숱이 적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동시에 세월의 무게가 어깨에 내려앉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가에 드리워지는 잔주름이 청년에서 장년으로, 중년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시기의 어느 순간, 그는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때때로 그는 책을 읽는 도중에 잠이 들기도 했고, 다음날 아침엔 이마 위에 안경에 눌린 자국이 있는 채로 깨어나기도 했다. 아침나절의 몇 시간 동안, 그의 눈썹에는 안경테의 자국이 나 있곤 했다.
그의 어머니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 사진첩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은 명확해졌다. 둘 다 곱실거리는 회색 머리카락에 두 개의 안경, 이마 위에 안경 자국까지 똑같았던 것이다. 남편은 점점 그의 어머니처럼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변화들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토마토를 먹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나는 아무래도 어머니의 소화 기능을 물려받았나 봐. 어젯밤에 먹은 샐러드 속의 토마토와 오이때문에 속이 쓰리군."
나는 그의 식생활이 바뀐 것에 대해 더욱 불길한 징조라고 여겼다. 그는 내적으로도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어떤 영화를 보든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을 때, 나의 의심은 확고해졌다.
내가 보기엔 그다지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면서 그는 철철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어느 늦은 밤 텔레비젼 쇼를 보면서 게스트로 나온 어떤 여자 배우의 젊은 시절 얘기를 들으며 흐느낌을 삼키기도 했다.
신문을 보다가도 그는 깊은 한숨과 더불어 우울한 표정을 짓곤 했다. 라디오를 듣다가 추억이 어린 옛 노래가 나오면 어느새 울컥해져서는 낮은 비음의 목소리로 따라 부르곤 했다.
최근에 남편은 회색 셔츠를 하나 새로 샀다. 그것은 그의 어머니의 외투와 같은 색조였다. 그것을 보며, 그의 머리카락과 옷을 염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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