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인생의 낙오자란 말을 들을까 두려워요”
며칠전 대입 재수생과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잇따라 자살하면서 남긴 말이다. 우리 교육이 심각한 위험수위에 와있다는 피맺힌 절규이자 경고로 들린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허황된 마술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일류병·조급증·공교육 불신·학원병…. 내 나라를 등진 채 어린 아이를 끌고 유학길에 오르는 비장한 부모들도 적지 않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왕좌왕 좌절감과 패배감에 젖어있다. 유명학원을 찾아 강남으로 모여들고, 조기교육에, 특기교육에 아이의 목을 끌고 학원가를 맴돈다. 모두 파도에 떠내려가는 사람처럼 경황이 없어보인다. 교육 대공황 시대가 온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는 것일까.
한알의 씨앗이 땅 속에서 싹을 틔우려면 적당한 습도와 충분한 영양과 따뜻한 햇빛이 있어야 한다. 싹은 줄기를 뻗고 자라 자신만의 향기와 모양으로 꽃을 피운다. 처음부터 백합꽃이따로 있고, 장미꽃이 따로 있다. 백합꽃이 좋아 백합꽃을 피우라고 닥달한다면 장미꽃인 아이가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해 보았는가. 조급증에 걸려 남보다 먼저 꽃을 피우라고 거름을 주고 물을 준다고 하여 먼저 꽃을 피우는 식물은 없다. 오히려 뿌리가 썩어 시들시들 죽고 만다. 아이는 분재감이 아니라 푸른 창공을 향해 크게 자랄 묘목이다. 아이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자라서 꽃피는 아름다운 나무이다. 그들은 자신의 향기와 모양으로 꽃피고 싶어하며, 부모가 욕심을 부릴수록 더욱 아파하고 못 견뎌한다. 제때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벌레를 잡아주는 사람,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다가 감탄하고 감사하는 사람, 부모는 정원사와 같은 존재이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격려와 따뜻한 대화의 시간이다. “수고했다”·“고맙다”·“힘들지”·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부모가 자녀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사회운동이라도 벌이고 싶다. 당신은 부모자격증이 있는가.
(鄭泰援 수필가·서울 영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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