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원래 깔끔 잘 떨고 성격도 그리
화통내지는 외향과는 거리가 멀고...
하여튼 내 딴에는 맞춘다고 맞추고 살았어요.
다투면 먼저 꼭 사과하구 화풀릴 때가지 쫓아다니며 변명에
설득에...
그게 13년인지라 이젠 지칠 때도 된것도 같구.
거기다 몇달 전에는 왠 연상의 여자와 썸씽이 생길 뻔 했는데
하늘이 도와서 우연히 발견하여 제가 난리 난리치구
그 성질머리까지 고치겠다는 맹세끝에 화해했는데...
이제 찬 바람부니 그 모든 맹세는 온데간데 없구
예전 습관대로 쓸데 없는 거같구 사람 기분상하게 하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내뱉으면서 기분 나빠 소릴 질렀더니
너 같은 여잘 세상 어느 남자가 이해하면서 살겠냐는 둥
하여튼 원래 화나면 아무말이나 하는 성격이지만.
사실 제가 좀 남편에 비해 매사 꼼꼼하거나 깔끔하거나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것은 시인하지만.
애들이 벌써 그것도 남자아이만 둘이니...
집에 손님이 와서 이 집은 왜이리 늘어놓은 것이
없어하구 놀랄 정도면 하느라구 하는데
꼭 무슨 꼬투리 잡을 일 생기면 놓치지 않구 책망하구
그게 13년 동안 못 고친 버릇이니 어쩌니하면서...
직장다니는 마누라 때문에 남편이 청소를 도와주고
빨래도 도와주고 해서 고맙다가도
이런 일고 다투고
다투는 걸로 끝나면 얼마나 좋아요?
꼭 무슨 중요하고도 큰 사고 당한 사람 모양
심각해같구는 가족들이 모두 안절부절 못하게 하니
거기다가 이번에는 오늘까지 4일째 말도 안하구
집에 퇴근해 오자 옷갈아입구 밥 사먹으러 다니는 남편...
제가 그런 사소한 일도 용서를 못하는 사람이
그런 불륜(?)은 저질를 뻔 했냐구 하면서
나도 그 일 생각나서라두
쉽게 옛날처럼 굽히구 들어가지 않겠다구 했어요.
정말 피곤해요. 직장에서도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일의 발단은 손톱깍기셋트에 뭐가 하나 없어지자
저보고 집에 남아나는 게 없다는 둥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다는 둥 계속 해대길레
소리를 지르며 응대했다는 것인데
그게 40먹은 남자가 집에서 와이프한테
할 잔소린지...
정말 제가 한심한것인지...
정말 한심한 가을날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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