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댁은 강원도 삼척인데 이번 추석엔 울 신랑이 넘 바빠서 저 혼자 다녀 왔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가서 토요일 밤에 왔답니다.
이번 수해로 온 마을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더군요. 논,밭은 산에서 쓸려 내려온 자갈로 덮혔고 육촌 사촌댁은 타조며 소들은 물론이고 살던 집까지 자취도 없이 사라져 그자리에 정부에서 보내 준 임시거취용 컨테이너 박스만 덩그마니 있더라구요. 다행히 울 시댁은 부엌에 조금 물만 들어왔지만 대신 올봄부터 지으신 논,밭 농사를 모두 잃으셨답니다
평소 자식들에게 아쉬운 말씀 안하시는 분들인데 얼마전에 큰형님께 그러시더랍니다. "야,야~ 이제 우리 뭐 먹고 사냐~" 큰형님께서 먼저 그러시더군요. 다음달부터 세 집에서 조금씩 각출해서 당분간 부모님 생활비 드리자구...현재 세집 다 그리 형편이 좋은 건 아닙니다. 우리집은 신랑이 회사를 그만두고 새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월급이나 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분간 제 월급으로 살아야 하는 형편이고 울 큰형님댁도 이번에 수해로 가재도구를 모두 잃은데다 작은 형님댁도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작은 형님댁은 막내 도련님을 데리고 있어서 시집에 불만이 많으시답니다. 큰형님의 말씀에 와락 그러십니다. "형님요, 우리집은 힘듭니다" 휴우~
비록, 결혼하면서 결혼식 외에 집이며 혼수며 시부모님이 해 주신 건 없지만, 이젠 내 부모인데 어떻게 모르는 체 하겠습니까. 자식들 걱정할까 봐, 통장에 얼마 있고, 뭐 팔면 얼마 생길거라고 힘드신 거 애써 감추시는 아버님 말씀과 집 떠날 때 주머니에 몰래 찔러 드린 돈봉투에 미안해 하시는 어머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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