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서글프게 오는 주말입니다.
집안 일 대충 끝내고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는 중에 kbs1의 '영상기록 병원 24시' 의 재방송이 보이더군요. 전에 봤던 내용인데도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첫방송때도 엄청 많이 울었는데 또 봐도 눈물이 나더군요.
희귀병에 걸린 네 살 원경이라는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30개월이 된 원경이. 하이퍼 아이지엠이라는 생소한 병.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면역력이 유독 약해 최대한 모든 감염에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경이는 친구들하고 밖에서 노는 건 고사하고 외출때마다 커다란 마스크를 하고 나가야 합니다.
독한 항생제를 맞는 날이면 원경이는 종일 잠만 잡니다.
언제 갑자기 큰일이 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속에 자라는 원경이..
원경이는 평생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천사같은 이제 네살박이 어린애가 3개월마다 이젠 찾기도 어려운 혈관에 혈관 항생제 주사를 맞을 맞을 때, 너무 아파 울음을 터뜨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정말 굵은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그 어린 것이 자기때문에 엄마 아빠가 슬프다는 것을 아는지, 연신 엄마, 아빠에게 '아파서 미안해'라고 합니다.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 원경이의 엄마, 아빠는 그토록 바라지 않았던 최종결과를 통고 받습니다. 하이퍼igm...
원경이 엄마가 의사 선생님께 묻습니다. 이병에 걸린 아이들 중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산 아이의 수명이 얼마나 되냐고...열살쯤이라고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는 딸과의 시간에 그동안 굳건했던 아빠가 흔들립니다. 그날만은 그랬습니다.
5개월동안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가끔씩 우리는 무언가를 잊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아프지 않고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걸 잊은 건 아닌지... 건강한 건 고사하고 영어 한마디, 글자 한마디를 다른 아이들보다 단지 늦게 안다는 것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건 아닌지...갑자기 원경이 엄마가 원경이 생일날에 원경이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엄마는 원경이에게 아무것도 안 바래. 단지 건강하게만 자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돼."
유리공주, 원경이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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