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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기를 가졌을 때 남친이 '결혼한 사람들도 쉽게 지우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답니다. 저는 예전부터 폭행을 당해 생긴 아이라도 낙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남친이 넉넉한 편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그래도 직장을 다니는데.. 아무리 벌어놓은 돈이 얼마 없다지만.. 남친에게 너무나 실망했고 낙태를 했습니다. 병원가서 싫다고 생떼를 썼는데 간호사한테 끌려들어가는 걸 남친은 보고만 있었답니다. 저는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이고 이 남자랑 결혼하지 않으면 혼자 살 겁니다. 나중에 누군가 다른 사람과 좋아하게 되는 일이 생겨도, 이 일을 속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말한다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역시 상처가 되겠지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뒤로 남친이 손만 잡아도 소름이 끼치는데 이 남자는 낙태를 뭘로 아는 건지 .. 낙태가 그렇게 쉬운 건가요? 이제부터는 피임잘할 거라고 그러더군요. 그러면 끝인가요. 낳으려고 하면 못낳을 형편도 아니었는데.. 부모님 운운하면서.. 그럴려면 관계 같은 걸 요구하지 말았어야죠. 그러고도 또 관계를 바라고.. 어느날 남친이 낙태의 책임은 양쪽에게 있는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계속 피임을 하자고 했었는데 질외사정으로도 안심하다고 우겨서.. 원망했었죠. 그래도 결국 응했지 않느냐며 자기가 강제로 했냐고.. 맞는 말이죠. 저도 어리석고 나빴지요.. 그래도 너무나 서러워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그럼 결혼하기 전까지는 다시는 자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남친이 한순간 멍한 것 같더니 조그만한 목소리로 너무한 거 아니냐고.. 뭐가 너무해? 니가 반반 책임이라면서. 난 또다시 그런 짓 안할거야. 어차피 완벽한 피임법은 없어.. 어떤 환경에서든 그 사람-제 아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제가 뭘 했다고..제 몸을 빌어 태어나려던 사람을 죽인 거지요-을 낳아야했다고.. 좋은 환경에서 못키우더라도.. 어떻게든 살렸어야 했다고.. 왜 잤을까. 별로 바라지도 않았으면서.. 아니 피임이라도 제대로 요구했더라면.. 지금껏 계속 후회하고 자책하고.. 아무리 스스로를 벌해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 .. 남친이 관계를 원할때면 그걸 잘라내버리고 싶고 이성을 잃고 마구 때릴 때도 있지요.. 남친이 미안해하며 다시는 손을 안대겠다 해놓고 기회가 생기면 또 마찬가지지요.. 자신도 괴롭다면서 하루도 잊지 않았다고 그런데 어떻게 자고 싶을 수가 있는 거죠. 그리고 또 제가 발광하면 또다시 허무한 맹세를 하고.. 남친한테 죄책감이란 것이 있긴 한 건지 의문이지만..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에 대한 건 몰라도 제게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지요. 그러나 무엇이 죄인 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요.. 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 건지..모르고 낙태 같은 것도 시간만 좀 지나면 다 잊혀질 줄로 믿었었나보지요.. 그냥 이제 잘해주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그런다고 사람을 죽였다는 과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무심한 사람.. 시간이 흘렀어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지다가다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나는데.. 제가 그 얘기를 하며 미쳐 울어야만 단지 제가 그러는 거 보니까 자기가 잘못한 건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바보도 아니고..어이가 없죠. 남친의 어머니가 태몽을 꾸었다고 시집간 남친누나가 아이를 가졌나 하대요. 남친누나는 아니라고 했지요. 가슴이 아프더군요.. 한달도 안되었는데도 태몽을 꿀 수도 있구나. 그 태몽을 내가 직접 꾸었더라면 낙태를 안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이 나타나 살려달라고 했다면.. 아이를 가졌을 때 아이를 가진 줄 모르고 갖은 마음고생을 했었지요. 그리고 몇주 지나 아이가 생긴 줄 알고는 계속 마음고생하고.. 그 사람은 제 뱃속에서 그렇게 계속 고통스럽기만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부질없이 생각하지요. 남친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참으로 생각이 없는 사람이지요. 알면서 그랬다면 죽여버렸을 것을. 잘못한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저한테 잘하려고 애를 쓰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아래글을 읽으니 이름이라도 지어줄 걸 하는 생각에..이제 와서 다 소용없는 일이지요. 언젠가 이 남자랑도 헤어져야겠죠. 제가 더 이상 원망하지 않게 될 때에.. 어떻게 해도 지난 일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미혼모센터를 가서라도 낳았을텐데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를 해도 울고 괴로워해도 내 손으로 억울한 사람을 죽였는데도 차라리 벌이라도 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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