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혈질이다. 기분이 좋다가도 뭐 하나 틀어지면 바로 성질을 부린다.
그런 나에게 항상 "니가 기분 나빴으면 오빠가 미안한데.."로 시작하며 나를 달래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잘했든 못했든 항상 그 사람의 이야기의 시작은 저러했다. 차근 차근 들어보면 또 내가 괜한 성질 부린 게 맞다.. 그래도 그사람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한번도 나와의 약속을 깬적이 없다. 늦은 적도 없었고 미룬 적도 없었다. 그 사람의 삶의 목표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거라고 했다. 그런 그 사람을 보며 나도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그 사람 집에 놀러 가는 건데도 그 사람은 우리집까지 나를 데리러 온다. 버스타고 오기 힘들다고 일부러 데리러 온다. 그럴 필요있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 고맙고 그 사람의 사랑이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술을 전혀 못하는 그 사람. 항상 나때문에 술자리를 갖는다. 소주 한잔만 마시면 온 몸이 빨개지는데 그 사람은 안주먹고 나는 술을 마신다. 그리고 나를 우리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고 집에 간다.
내가 잠이 오지 않는 밤. 그 사람 너무 피곤했던 그밤에.. 난 통화 더 오래 하자 조른다.. 누워 있던 그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까봐 일어나 걸으며 나와 통화한다. 아마 나였으면 피곤하다는데 조른다며 성질냈을꺼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해줬고 난 그 일 평생 못 잊을꺼다.
한번도 화를 낸적이 없는 사람. 내가 싫다는 건 절대로 안하는 사람. 내가 하고 싶은거 같이 해주는 사람. 나를 자기보다 아껴주는 사람..
지금 생각하니 정말 괜찮은 아니 멋진 남자였다.
근데 지금은 그 남자가 너무나 밉다. 나밖에 몰랐던 그 사람은 멀리 떠나게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서 우린 헤어졌다.
그리고 난 다른 남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난 이미 그 사람이 만들어낸 공주가 되어 있었다.
내가 화날때 무조건 사과를 하는게 당연하고
울집으로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는게 당연하고
내가 잠들기 전엔 그 사람도 잠들수 없고
내 생활과 내 일과가 그 사람에게 주 관심사가 되어야 하고
내 의견이 곧 그 사람의 의견이어야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한다 말해줘야하고
내가 필요할땐 항상 내 옆에 있어줘야하고
남자는 자기여자는 자기가 책임진다 생각해야하고
.....
그가 만들어낸 공주가 생각하는 것들이다..
세계 절반이 남자인데 그중 이런 남자가 몇명이나 있을까
지금은 얼마되진 않았지만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자꾸 화가 난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당연히 요구할 것들을 요구하는데 공주는 그걸 용납하지 못한다.
내가 화났을때 같이 화내는 것도..
내가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먼저 잔다고 할때
전화 한다고 해 놓고 안 할때
내가 필요할때 내 옆에 없는 것도
내가 하고 싶다는 거 싫다고 죽어도 안 할때
정말 미치도록 싫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계속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공주가 되어버린걸..
아마 다시 평민이 되려면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듯 하다.
근데 난 자신없다. 난 어떻게 해야할까..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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