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3월이지만 날씨가 추워 난방기를 틀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 설치된 난방기가 사람용이 아니라는 소문이었다.
한창 궁금한 게 많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들과 함께 난방기를 검사해 보기로 했다.
우선 우리반 난방기를 살폈다.
‘온풍기’라고 써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온풍기 맞네” 하며 우린 좋아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온풍기라고 쓰인 스티커 밑에
또 다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흠칫! 우리는 겉에 붙은 스티커를 필사적으로 뜯었다.
안에 있는 스티커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곡물건조기’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리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장 옆반으로 향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의 친구들은 학생들이 없는 옆반에 들어가서 난방기를 검사했다. 역시나 우리반과 같이 스티커는 두겹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며 필사적으로 뜯었다.
뜯어내고 난 후 그래도 우리반이 낫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옆반 난방기의 정체는,
‘계란부화기’(양계사업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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